▲ 자료사진 -건설노조,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 열어 ©성남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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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3일, 경제6단체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을 다시금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건설현장에서 10만원짜리 안전난간이 없어 떨어져 죽고, 끼어 죽고, 용광로에 빠져 쇳물이 되어버린 노동자 죽음의 행진이 수 십년 지속되었다. 해마다 2천 4백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어 나가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도록 산재사망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법 적용을 받는 사업장조차 의미있는 안전관리나 안전비용을 제대로 투입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와중에도 50인미만 사업장의 법적용 유예를 주장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자본측의 이윤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50인미만 중소사업장의 법 적용은 안전관리비 증대 등으로 대기업 납품단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죽어나가도 이윤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식이다. 경제 6단체의 대기업들은 노동자들이 죽어도 이윤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여론조사 71%, 50인미만 사업장 법 적용유예 연장 반대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노동자 시민의 71%는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유예 연장에 반대했다. 같은 시기 경제지인 서울경제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국민의 68%가 2024년부터 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응답했고, 보수층에서도 51% 찬성으로 적용유예 연장 44%보다 높았다. 경영계는 법원의 판단도, 노동자 시민의 여론조사도 거부하고 막무가내식 적용유예 연장 요구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 기간 정부 지원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수 차례 발표했던 경영계가 지난 3년간 정부가 진행한 사업 및 예산과 거의 동일한 사업을 재탕 삼탕하고 있는 정부 대책을 갑자기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사업장 자체진단을 산업안전대진단으로 포장하고, 공동안전관리자 지원 사업 126억 증액 말고는 새로울게 없는 정부 대책이 정말 실효성 있는 대책인가? <적용유예 연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본다는 식의 경영계 입장이다.
무엇보다 먹고 살기위한 노동과정에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건설현장의 산재발생은 여전히 심각하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뒤에도 건설현장의 산업재해(산재)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시공능력 상위 20대 건설사 중 산재 승인이 많은 건설사는 대우건설과 한화(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 삼성물산 순이었다.
2023년 12월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20대 건설사의 산재 승인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산재 승인은 총 320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월 중처법 시행 전인 2021년 한 해 승인된 2941건보다 260건(8.8%)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서도 940건(41.5%) 급증했다.
건설사별로는 대우건설이 468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화는 304건, 현대건설은 286건으로 뒤를 이었다. 대우건설과 한화, 현대건설은 모두 중처법 시행 전보다 산재가 늘었다.
한화는 2021년 182건에 비해 122건(67%) 급증했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2021년 대비 각각 44.4%와 12.6% 증가했다.
GS건설은 올 8월까지 270건의 산재가 승인됐다. 2021년 380건에 비해서는 110건(29%)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225건으로 2021년 243건 대비 18건(7.4%) 줄었다.
이어 △SK에코플랜트 161건 △현대엔지니어링 142건 △롯데건설 142건 △포스코이앤씨 131건 △DL이앤씨 127건 △계룡건설산업 127건 △HDC현대산업개발 120건 △태영건설 119건 △코오롱글로벌 115건 △제일건설 110건 △DL건설 109건 △호반건설 76건 △금호건설 69건 △중흥토건 35건 △대방건설 33건 등 순이었다.(뉴스 ‘더 팩트’ 2023.12.29. 기사)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456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지만, 재판에 넘겨진 것은 29건에 불과했다. 1심 12건 중 1건만 실형이 선고됐고, 나머지 11건은 집행유예에 그쳤다. 한마디로 솜방망이 처벌이다.
“기업처벌법으로 작동토록 법 개정 필요”
‘공공안전이사 파견, 안전연대기금 부과’ 형벌 제안
이런 점에서 노동·법학 분야 연구자인 박채은씨의 법학 박사학위 논문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기업을 처벌하는 형태로는 공공안전이사파견형·안전연대기금부과형의 두 가지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중대한 산업재해 발생시 경영책임자·고위경영진·주주·노조대표자·산재유족·안전관리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합의제 형식의 상시 기구에서 산재 발생 원인을 밝혀 공표하고, 산재 예방프로그램을 마련하게 한다. 법원의 명령으로 파견된 공공안전이사도 협의기구에 참가한다. 사립학교 임시이사(관선이사) 선임제도와 유사한 형태다. 산재발생 기업에 안전연대기금을 기부하도록 법률로 강제하고, 모금된 기금을 동종 사업 하청기업, 중소사업장의 안전관리 구축 비용으로 사용하게끔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위법한 행위를 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그가 속한 법인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을 통해 기업에 우회적인 형벌을 준다. 박씨는 논문에서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책임을 부여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 자체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바꿔야 중대재해 감소가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일노동뉴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점은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가치의 복원이다. 기업이 노동자의 임금을 지출비용으로만 생각해서는 답이 없다. 사람을 죽이는 기업의 제품이 정상적일 수 없다.
지난해 SPC 산재사망 사고이후 파리바게트 등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있었다.
작지만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시민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