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을 끌어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겨냥했다.
홍 전 시장은 "노회찬 의원이 삼성 떡값 검사들을 폭로하고 출처와 관련해 기소되어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한동훈이 어떻게 되려나"라고 적었다. 이어 "재직 중 직무와 관련해 지득한 자료나 검찰로부터 내밀히 그걸 받아 폭로에 사용했다면 정치적으로 주목받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과정의 불법이 문제인지 폭로 내용이 문제인지 또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될 듯하다"고 썼다. 홍 전 시장은 "김승원은 갔으니 더 이상 화제는 안 될 것 같고 한동훈 수사만 남았다. 당원게시판 사건도 수사 중인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번엔 빠져나가기 어렵겠다"고 덧붙였다.
홍 전 시장이 소환한 노회찬 사건은 이렇다. 2005년 '안기부 X파일' 국면에서 노회찬 전 의원은 삼성그룹으로부터 이른바 '떡값'을 받은 전·현직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 실명은 국회 의정활동 과정에서 발언된 것이 아니라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됐고, 이 때문에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적용받지 못했다. 결국 노 전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불법 도청 자료를 국회 발언으로 공개했다면 면책특권이 인정됐겠지만, 홈페이지·보도자료 형태의 공개는 면책특권 밖이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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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의원이 추석맞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 한동훈 페이스북 © 성남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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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시장이 이 사건을 지금 꺼낸 맥락은 분명하다. 한동훈 의원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기소계획서와 녹취록을 잇달아 공개했고, 김 후보자는 지난 19일 자진사퇴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의원과 자료 제공자를 고발했고,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의 내밀한 수사 자료를 누구에게 받았느냐"며 경찰의 즉각 수사를 촉구했다. 법무부도 기소계획서 유출 경위 확인에 착수했다. 홍 전 시장의 글은 이렇게 한동훈 의원을 향한 수사가 실제로 진행되는 국면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한동훈 의원이 수사를 받게 될 경우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무엇인가.
첫째는 형법 제127조 공무상비밀누설죄다. 한 의원이 공개한 기소계획서는 법원에 제출되지 않은 검찰 내부 문건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 기록에 편입된 자료와 달리 이런 내부 미공개 자료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문건을 실제로 누설한 검찰 내부자(또는 전직 관계자)와, 이를 넘겨받아 공개한 한 의원 양쪽의 책임 범위가 함께 쟁점이 된다.
둘째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위반이다. 공개된 녹취록이 대화 당사자가 직접 녹음한 것인지, 제3자가 몰래 감청·녹음한 것인지에 따라 적용 여부가 갈린다. 노회찬 사건에서도 바로 이 지점, 즉 불법 감청 자료 공개가 유죄의 핵심 근거였다. 다만 현재로선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의 출처와 녹음 주체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노 전 의원 사건과 곧바로 같은 법적 결론에 이를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셋째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다. 녹취록과 문건에 담긴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한 부분이 문제 될 수 있다.
넷째는 형법 제307·310조 명예훼손이다. 김승원 후보자 측은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이 발췌·짜깁기를 거쳐 원래 맥락을 왜곡했다며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 논리, 즉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서 파생된 폭로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발췌와 순서 변경이 실제로 원래 의미를 왜곡했는지가 명예훼손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으로 꼽힌다.
노회찬 사건과 이번 사건 사이에는 닮은 점과 다른 점이 함께 있다. 내부 자료를 실명과 함께 외부에 공개해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 그리고 그 폭로의 정당성이 아니라 '입수·공개 과정의 적법성'이 법적 쟁점이 됐다는 점은 두 사건이 공유하는 구조다. 반면 노회찬 사건은 면책특권 인정 여부가 쟁점이었던 데 비해, 무소속 의원인 한동훈 의원의 경우 면책특권 문제보다는 자료의 출처 확인과 통신비밀보호법 적용 여부가 우선 쟁점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홍준표 전 시장이 "이번엔 빠져나가기 어렵겠다"고 단언한 근거를 곧이곧대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김동아 의원에 대한 고발인 조사가 이미 이뤄졌고 법무부도 자체 확인에 들어간 만큼, 기소계획서와 녹취록의 입수 경위를 둘러싼 수사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