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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 88% "사회적 교섭 찬성"… 의제 1순위는 'AI 전환기 노동권'

김영욱 | 기사입력 2026/10/01 [18:03]
노동/건강
민주노총 조합원 88% "사회적 교섭 찬성"… 의제 1순위는 'AI 전환기 노동권'
기사입력: 2026/10/01 [18:03] ⓒ 성남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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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일 노동절에 이재명 대통령이 양대노총 위원장과 함께 기념식 행사를 하고 있다.     ©성남피플

 

메가특구 노동특례로 노사정이 다시 마주 앉았지만, 곳곳에서 노동권은 뒤로 밀리고 있다

10월 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복귀 여부 결정… "3대 원칙이 먼저"

 

민주노총이 6년 만에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다시 나섰다. 대화의 첫 의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특별법'의 노동 특례다. 민주노총은 특례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대화 자리에 들어가 직접 막겠다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꼽은 의제는 따로 있다. AI·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특구라는 이름의 규제 완화와 AI 도입을 둘러싼 노동권 공백이 겹치면서, 이번 사회적 교섭이 무엇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조합원 87.8% 찬성, 절반 이상은 "지금도 늦었다"

민주노총은 9월 29일 조합원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8월 21일부터 9월 11일까지 조합원 4,86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87.8%가 '사회적 교섭 추진'에 찬성했다. '매우 찬성'이 51.5%, '찬성'이 36.3%였다. 추진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도 늦었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답이 51.7%로 가장 많았다.

다만 조합원들은 과거 방식의 대화로 돌아가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기존 노사정 교섭의 한계로는 '사회적 합의의 구속력과 이행 한계'(26.8%)와 '정부의 일방적 진행으로 노동계가 들러리로 전락'(25.3%)이 꼽혔다. 사회적 교섭이 필요한 이유로는 노동정책에 개입할 힘을 확보해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응답이 56.7%로 가장 많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민주노총은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3대 원칙을 내놨다. 표결이 아닌 합의제로 운영할 것, 산별노조가 직접 참여할 것, 사회적 교섭기구의 명칭을 바꿀 것이다. 조합원들은 이 가운데 합의제 운영(42.1%)과 산별 직접 참여 보장(37.0%)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민주노총은 10월 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사회적 교섭 추진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1999년에 탈퇴했으므로, 복귀가 결정되면 27년 만이다.

 

대화 테이블에 오른 메가특구 노동특례는 무엇인가

민주노총을 6년 만에 대화 자리로 불러낸 것은 메가특구특별법이다. 이 법은 이른바 '5극3특' 권역의 전략산업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특구 입주 기업에 재정·금융·인프라 지원과 노동 규제 특례를 함께 주는 내용이다. 7월 말 처음 알려질 때에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주요 대상으로 거론됐다.

 

정부와 여당이 검토하는 노동 특례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소득 상위 3% 수준의 관리자와 연구개발 인력을 주 52시간 상한에서 빼고,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도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둘째는 기간제 '2+2'다. 현재 2년인 기간제 사용 기한을 근로자가 동의하면 2년 더 늘려 최대 4년까지 쓰게 한다.

셋째는 파견 확대다. 특구 안에서 파견을 허용하는 업종을 넓힌다.

넷째는 근로시간 유연화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지금의 1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 특례는 메가특구 특별법의 핵심"이라며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정부는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먼저 참여를 결정하면서 "참여가 노동 특례 수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민주노총도 9월 1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참여를 결정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주 52시간 예외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추진을 막고 주 4.5일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정은 9월 22일 첫 실무회의를 열었고, 앞으로 주 1~2회 실무협의를 하면서 차관급 운영협의체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한다.

 

정작 기업도 "글쎄~"라는 특례

특례가 정말 필요한지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이 공개한 서면 답변에서 삼성전자는 기간제 노동자가 "극히 적은 비중"이라며 기간제 기간 연장에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기간제 비중이 전체 인력의 0.5% 미만이라고 답했다. 반도체 경쟁력을 위해 특례가 필요하다는 정부 논리와 달리, 정작 핵심 기업들이 이 특례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다. 박 의원은 특구에 필요한 것은 노동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전력 인프라와 숙련 인력 양성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가 더 크게 우려하는 것은 확산이다. 특정 지역에서 시작한 예외가 '성과'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퍼지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9월 5일 서울 도심에서 약 3,000명이 모인 집회를 열고 메가특구법 폐기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2027년 정부 예산이 821조 원으로 12.8% 늘었지만 메가프로젝트 예산 증가 폭이 보건·복지·고용 분야보다 컸다고 비판했다.

 

AI 도입은 '경영상 결정'… 노동자는 알 권리도 없다

조합원들이 사회적 교섭의 최우선 의제로 'AI·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자 참여 및 고용·노동권 보호'(60.6%)를 꼽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 AI 전환을 둘러싼 제도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9월 3일, 기업의 AI 도입은 '경영상 결정'이므로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에서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원청 교섭의 길은 열렸지만, 일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 도입은 교섭 대상에서 빠진 셈이다. 사전에 정보를 공개하거나 노사가 협의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도 없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AI가 임금과 배치전환, 구조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해외는 사정이 다르다. 독일은 사업장조직법에 따라 사용자가 AI로 인한 공정 변화를 노동자평의회에 알려야 한다. 스페인 은행권은 2024년 단체협약에서 디지털 전환이 고용에 영향을 줄 때 노조에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현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 노사는 8월에 AI 도입과 관련해 국내 첫 노사 합의를 맺었다. 기술 도입 과정을 공유하고 '인간중심·노동친화적' 도입을 약속하는 내용이다. 현대제철은 현 조합원의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는 대체로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바깥에 있는 하청 노동자들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휠·타이어 공정 자동화 발표 뒤 하청업체에 계약 해지 통보가 나왔고,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에서만 24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교섭력이 약한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일수록 AI 전환의 비용을 먼저, 그리고 더 크게 떠안는 구조다.

 

특구와 AI,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메가특구 노동특례와 AI 도입을 둘러싼 노동 정책은 별개처럼 보이지만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쪽에서는 '산업 경쟁력'을 앞세워 노동시간 상한과 비정규직 사용 제한이라는 기본 규율을 풀고, 다른 쪽에서는 '경영권'을 앞세워 기술 전환을 노동자 개입의 바깥에 둔다. 두 흐름 모두 산업이 바뀌는 비용을 노동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에서 얻어내야 할 것도 여기에 있다. 특례를 저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 도입 때 사전 정보공개와 노사협의를 의무화하고 하청·비정규 노동자까지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조합원들이 '들러리'를 경계하며 합의제와 산별 직접 참여를 요구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10월 7일 대의원대회의 결정은 노동계가 대화에 다시 들어가느냐만이 아니라, 무엇을 지키기 위해 들어가느냐를 묻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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