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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성남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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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지도위 연필 두께 1mm, 땅 위에선 50m
남·북·유엔사 '각자의 진실'...선을 다시 긋는 대화가 필요하다
[성남피플 김영욱 기자]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50분께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육군 25사단 지역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일어났다. 장병 3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1명은 발목을 잃었다. 당시 장병들은 수풀이 우거지는 등 지형이 바뀐 지역에서 기존 수색로 대신 새 길을 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첫 폭발 뒤 약 58초 만에 두 번째 폭발이 이어졌고, 구조에 나선 지휘관도 크게 다쳤다. 장병들은 곡괭이로 땅을 5cm씩 긁어 탈출로를 냈다. 폭발 지점 1m 옆에서는 목함지뢰로 보이는 물체가 나왔다.
군은 폭발 위치가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m 지점이라고 밝혔다. 30일에는 "북한군이 8월 20여 회, 9월 30여 회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유엔군사령부도 같은 날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북한 대인지뢰 1발을 발견했다"는 입장을 냈다. 합참은 북한 지뢰로 확인되면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했다.
북한의 말은 정반대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9일 담화에서 이번 사고를 "자작광대극"이라고 불렀다. 담화는 북한군이 "단 한 번도 경계선을 넘은 적이 없다"며 국경선 요새화 공사는 "정당한 주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남측이 경고사격이 아니라 실사격을 하면 "즉시 가차 없이 보복하겠다"는 위협도 담았다.
유엔사는 무엇을 했나
김종훈 진보당 대표는 국군의 날인 1일 페이스북에 '지뢰 사고, 유엔사가 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번 작전은 지뢰 매설이 의심되는 지역의 지형 변화를 유엔사와 한국군이 함께 조사하려고 새 수색로를 내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장병들은 기존 수색로에서 200m가량 벗어나 군사분계선 10m 앞까지 다가가야 했다. 김 대표는 이 일대가 수십 년간 관리되지 않아 지뢰가 얼마나 묻혀 있는지 모르고, 수풀 때문에 탐지기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곳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유엔사가 지난 6월 '북한군이 MDL 북쪽에 방어 목적으로 지뢰를 묻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도 짚었다. 그로부터 석 달 만에 사고가 났다. 김 대표는 "작전의 안전성은 누가 판단했고 승인했느냐"고 물었다. 이어 유엔사가 타미플루 대북 지원, 추기경의 판문점 방문, 국가안보실 1차장의 비무장지대 출입을 막는 등 큰 권한을 행사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장병의 안전에는 어떤 책임을 졌느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거면 그 통제권을 넘기면 될 일"이라고 했다.
연필 두께 1mm, 땅 위에선 50m
남과 북, 유엔사가 모두 '각자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면 남은 결론은 하나다. 서로 기준으로 삼는 군사분계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해병대 출신 군사 전문가 계용호의 2019년 논문에 따르면 지금의 군사분계선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때 그어졌다. 유엔사·북한·중국 대표들이 5만분의 1 축척 종이지도에 연필과 볼펜, 구식 만년필로 덧칠하며 그은 선이다. 연필 선 두께를 1mm로만 잡아도 실제 땅에서는 50m 너비가 된다. 선 하나에 이미 50m의 오차가 들어 있는 셈이다.
기준선도 여러 개다. 남·북·유엔사의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기준선이 사실상 4개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 군은 2015년 국방부가 수치화한 좌표와 표지판 위치를 기준으로 삼고, 유엔사는 GPS 기반 디지털 좌표를 쓴다. 두 좌표가 어긋나는 곳이 60%에 이르고, 남북으로 수십m씩 차이 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남쪽 10m 지점에서 터진 지뢰가 북한 기준선에서는 '자기 땅'일 수도 있다.
따져서는 끝나지 않는다. 남북대화의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
정전 뒤 70여 년 동안 미뤄 둔 '군사분계선의 정확한 획정' 문제는 이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변수가 됐다.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장벽을 세우고 지뢰를 묻으면서 선을 굳히고 있고, 우리 군은 침범으로 보고 경고사격을 한다. 그 사이에서 장병들이 다치고 있다.
오차 50m짜리 연필선을 두고 누가 넘었는지 따져 봐야 결론은 나지 않는다. 남은 일은 남과 북이 다시 마주 앉아 군사분계선을 새로 확정하거나, 충돌 위험이 큰 구간을 평화구역으로 묶는 것이다. 70년 전에 그은 연필선에 젊은 장병들의 목숨을 계속 맡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