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모, 임금 체불 피해자 106명 집단소송
-피해자 10명 중 4명은 정부 일자리 창구 통해 입문
-경력단절 여성 끌어들인 정부, 보호는 없었다
성남 판교의 AI 데이터 기업 에이모(AIMMO)가 데이터 라벨러들의 보수를 수억 원째 주지 않고 있다. 피해자 상당수는 여성이다. "여성가족부와 노동부가 협력해 지원하는 AI 일자리"라는 설명을 듣거나 여성센터·일자리센터 같은 정부 창구를 거쳐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돈을 떼이자 정부가 돌려준 답은 "근로자가 아니라 방법이 없다"였다. 라벨러 106명은 지난달 4일 에이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정부 사업으로 크던 판교 기업, 라벨러 보수는 떼었다
데이터 라벨러는 AI가 학습할 사진과 문서에 일일이 정답을 표시하는 사람이다. 대부분 집에서 건당 단가를 받고 일한다.
에이모는 이런 라벨러들을 모아 데이터를 만드는 판교 기업이다. 2019년부터 6년 연속 정부의 AI 바우처·데이터 바우처 사업 공급기업으로 뽑혀 몸집을 키웠다.
문제는 지난해 터졌다. 2025년 4월부터 정규직의 4대보험료가 밀렸고, 5월부터는 라벨러들의 보수 체불 신고가 이어졌다. 올해 4월까지 확인된 피해 라벨러는 154명, 체불액은 약 4억 원이다. 해외 라벨러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20억 원대로 추정된다(헤럴드경제, 4월 15일).
피해자의 88.2%는 여성이고, 40대가 47.1%로 가장 많다. 경력단절 여성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많았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6월 단체로 고발했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올해 3월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프리랜서로 계약한 라벨러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청 구제도, 국가가 체불액을 대신 주는 대지급금도 받기 어렵다. 남은 길은 스스로 민사소송을 거는 것뿐이었다.
지난달 4일 라벨러 106명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이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청구액은 2억 3,653만 7,530원이다. 소송은 법무법인 덕수 김상현 변호사가 맡았고,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등 노동·시민단체가 함께한다. 피해자들은 라벨러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 체불임금으로 구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에이모 오승택 대표는 "회사 경영이 안 좋고 투자도 안 돼서 못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쿠키뉴스, 9월 4일).
"여가부가 지원하는 일자리"라는 말을 믿었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했을까. 국민일보가 피해자 100명을 분석했더니 40명이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데이터 라벨링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국민일보, 6월 17일).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자체 일자리센터, 여성센터, AI 직업훈련,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이 그 통로였다.
50대 여성 이모씨는 2022년 일을 시작하기 전 동네 행정복지센터 일자리지원팀을 찾아가 확인했다. 직원은 "고용노동부 국민내일배움카드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여성가족부와 노동부가 협력해 지원하는 AI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그 말을 믿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씨는 에이모에서 약 400만 원을 받지 못했다. 노동부에 도움을 청하자 돌아온 답은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방법이 없다"였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것은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의 핵심 업무다. 여가부는 전국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를 통해 직업훈련과 취업 연계를 해 왔다. 데이터 라벨링은 '집에서 할 수 있는 AI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육아와 돌봄을 맡은 여성들에게 소개됐다. 에이모 피해자의 대부분이 40대 여성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성을 이 일로 끌어들인 것은 '여성 일자리'를 내건 정부 창구였다. 그러나 그 일자리가 최소한의 보호를 받는지는 아무도 따지지 않았다. 여가부는 새일센터나 여성센터에서 데이터 라벨링을 얼마나 안내하고 교육했는지, 그 경로로 들어온 피해자가 몇 명인지 파악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일자리를 홍보했고, 책임은 개인에게 넘겼다
데이터 라벨링 업체는 정부 사업과 함께 불어났다. 2019년 초 10곳 안팎이던 업체는 디지털 뉴딜 '데이터 댐' 사업이 시작된 뒤 2021년 429곳으로 늘었고, 지금은 약 600곳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정규직 10명 이하의 작은 업체로, 매출을 정부 사업에 기대고 있다(국민일보). 정부 돈으로 크고, 정부 창구로 사람을 모은 산업이다.
그런데 체불이 터지자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노동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협약을 맺고 무료 법률구조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위소득 125% 이하라는 기준과 개별 신청 방식 탓에 실적은 10건에 그쳤다. 일자리를 권한 것은 정부였지만, 돈을 돌려받는 일은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몹이 됐다.
에이모 보수체불 피해자대책위원회 김단아 대표는 지난 3월 국회 토론회에서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저희는 현재 어디에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돈을 받을 유일한 방법은 민사소송 뿐"이라고 말했다(오마이뉴스, 3월 26일). 김 대표는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와 업계 간담회를 요구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됐다. 이름에 '성평등'을 내건 부처라면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어떤 일자리를 권했는가. 그 일자리가 최저임금도, 체불 구제도 보장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는가. 피해가 터진 뒤 무엇을 했는가.
에이모는 성남 판교에 있고, 사건은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이 맡았다. '판교 AI 산업'의 화려한 이름 뒤에는 집에서 건당 몇십 원짜리 일을 하다 보수를 떼인 여성들이 있다. 정부가 만든 '여성 AI 일자리'가 무엇이었는지,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
▲ 에이모 체불 피해 제보·문의: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nodonggongje.org)
-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