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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칼럼> 솜방망이 중대재해법으론 안된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절박하다.
기사입력: 2022/03/04 [18:00] ⓒ 성남피플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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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노동경제>

 

      솜방망이 중대재해법으론 안된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절박하다.

 

                                                           - 김영욱 (본지 발행인)

 

 

연초부터 건설현장 대형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1일 광주 화정동 공사 현장의 6명 노동자의 매몰 사망사고 이후, 1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바로 이틀 후인 29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석산 채석장에서 석재 발파 중 토사가 무너져 내려 노동자 3명이 매몰돼 숨졌다. 두 번째 사고는 28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네밸리 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추락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이 현장 시공사인 요진건설과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228일에야 했다.

또한 211일에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 있는 여천NCC에서 열교환기 교체 후 테스트 과정에서 뚜껑이 덥쳐 4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 시행을 앞두고 설 연휴와 겹친 시점을 이용해 건설기업들이 여느해와 다르게 장기 휴뮤를 시행했다.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의 사망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기업 1호로 지정되지 않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건설현장 노동자들로부터 나왔다.

 

 

1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제조업 등 사업장에서 40여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에도 산재 사망사고 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법에 대한 근본 검토가 필요하다. 산업안전관련 투자나 시공자, 설계자, 감리자, 감독 당국의 감시나 예방소홀 이 문제이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건설기업의 인식전환이 안됐다는 점이다. 건설현장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지가 선행되야 한다.

건설기업 입장에서 안전관련 투자는 지출경비일 뿐이다.

 

▲ 전국건설노조가 아파트 건설현장 중노동과 부실공사 증언대회를 열고있다.     ©성남피플

 

 

이와 관련 눈여겨 볼 부분은 법 시행 전에도 전혀 산업재해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예고됐던 지난해 4분기에도 부산지역 1명을 비롯해 전국의 대형·공공 건설현장에서는 38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227일 국토교통부는 20214분기 중 건설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건설사 및 관련 하도급사, 발주청, 지자체 명단을 공개했다. 시공능력평가 100위 이내 건설사 가운데에는 자사의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회사가 14곳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17명이었다. 이 중 케이씨씨건설, 극동건설, 삼부토건에서는 해당기간 중 각각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디엘이앤씨11개 건설사에서는 각 1명씩이 목숨을 잃었다. 하도급사 중에는 구산토건과 아이엘이앤씨, 산하건설, 정품건설, 준경타워 등 16곳에서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한마디로 건설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이윤확장의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일 법이 불합리하다거나 이래서는 기업을 할 수 없다는 식의 여론만 조성하고 있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절박하다.

 

산업재해 사망사고 절반이상이 건설현장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828명 가운데 417(50.4%)이 건설 노동자였다. 건설업 노동자의 전체 취업자 비중은 지난해 7%였지만, 사고사망자 수는 전체의 절반을 넘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건설노조는 더 이상 건설기업의 선의와 솜방망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노동자들의 목숨을 맡길 수 없다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줄기차게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중 산업재해 사망사고 1등인 한국의 성적표를 외면하는 것도 민망할 뿐만 아니라, 38명의 작업자 목숨을 앗아간 20204월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를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건설기업의 반발로 추춤하고 있는 형국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모든 공사 주체들에게 안전 책무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민간 공사 발주자는 공사 기간과 비용이 적정한지 인허가권자에게 검토를 받아야 하고, 시공자는 현장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한다. 감리자는 시공자가 안전관리계획서에 명기된 안전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사고가 우려되는 경우 공사를 중지시켜야 한다. 만약 공사 주체들이 이를 소홀히 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건설사업자 등도 1년 이하의 영업정지나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여받는 것이 골자다.

 

▲ 전국건설노조가 2월 임시국회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여의도)     ©성남피플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85%가 반대

건설기업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건설협회가 국내 기업 193개사(응답 기준)를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85.0%가 제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반대하는 이유로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정과의 중복'42.1%,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별도 법률 제정 불필요' 40.9%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건설업계는 특히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 발생시 발주자를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92.9%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기업들은 건설노동자가 계속 죽어 나가도, 적당히 하청업체 사장이나 법정에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현상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처벌보다는 예방이라는 말도 있지만, 처벌이 강해야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이는 마치 화재보험을 들면서도 노동자 산업재해에 대한 예산을 늘리지 않는 것은 노동자 목숨을 경시하고 기업 이윤으로 바벨탑을 쌓으려는 몰지각한 행태다.

 

산업안전특별법에는 무제한 벌금이나 최소한 매출에 비례한 과증금 조항을 확실히 넣어야 한다.

 

알다시피 영국에선 1987년 선박 사고 이후 산업재해를 포함한 대형 사고에 대한 기업과 사업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2007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이 제정됐다.

 

기업이 노동자나 공공에 대한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기업한테도 범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망 사고를 일으킨 기업한테는 상한선이 없는 무제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영국에서는 실제 몇백만파운드의 벌금 폭탄을 맞는 기업들이 나타났다. 안전관리를 잘못했다가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확실히 던진 셈이다. 영국의 산재 사망률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영국에선 기업의 안전 의무를 아래로 떠넘길 수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이런 사례에 비추어서도 원청처벌과 산재에 상응한 무제한 벌금과 매출비례 과징금을 시행할 수 있는 건설안전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아침에 출근할 때 가족에게 인사하고 나간 건설노동자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사망 행렬은 이제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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