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인터뷰]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30년 동네약국 지킴이 강봉주 약사(새강약국)
기사입력: 2014/03/18 [19:20]  최종편집: ⓒ snmedia.org
남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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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불과 15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 주변에서 거의 대부분 사라진 동네약국. 약 처방뿐 아니라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건강상담소의 역할을 했던 동네약국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 만큼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대형약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약국은 일명 문전약국(병원과 같은 건물이나 인근에서 운영하는 약국) 형태로 운영되면서 이웃 간의 정(情)을 나누기도 했던 약국의 모습은 먼 옛일처럼 잊혀져가고 있다. 

그런데 주민 사랑방의 역할을 하면서 30년을 한 자리에서 운영해 온 약국이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의 골목길에서 동네주민들과 동고동락해 온 새강약국. 약국의 주인은 강봉주 약사(54)다.

새강약국은 올해 3월 22일이면 개업한 지 만 30년이 된다. 강 약사의 만류에도 주민들과 지인들이 강력히 설득해 조촐한 기념식도 가진다고 한다.

강봉주 약사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우연한 계기로 연고도 없던 성남에 정착하게 됐고, 그 후로 30년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동네약국을 운영해 오고 있다.

“24살에 시작해 이제는 동네 주민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 만큼 주민들과 가까워졌어요. 처음에는 거친 행동도 하셨던 주민들이 점차 저를 믿고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도 털어 놓으시고 1-2시간씩 수다를 떨다 가시기도 한답니다 하하”

인터뷰 내내 기자는 강 약사의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 인지를 가늠해야 했다.

강 약사의 ‘사람에 대한 믿음’은 주민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상담으로 이어졌고, 그 결실은 ‘원적외선 사랑방’으로 맺어졌다. 약국 안에는 작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원적외선 찜질방이 마련돼 있다. 사랑방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치료효과도 좋다는 것이 강 약사의 설명이다.

강 약사는 30년을 변함없이 주민 곁에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가늘더라도 길게 가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혼자가 아닌 가족과 주민들. 지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도 빼 놓지 않았다.

강 약사의 한결같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지켜지고 이어져왔는지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다음은 강 약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주]
 
▲  30년 동네약국 지킴이 강봉주 약사   © 성남피플

  

Q 약사를 선택하게 된 동기는?
 
A 사람들은 저를 선생님 아니냐고 많이들 얘기하시는데 제게서 교사 냄새가 나는가 봐요 하하. 사실은 단순한 이유에서 선택했습니다. 의사보다는 빨리 자립할 수 있는 직업이 약사였거든요. 그런데 약대시절엔 솔직히 재미가 없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오히려 학생운동에 더 열성적이었습니다. 한번은 학교에서 데모하는데 어머니가 뒷덜미를 잡아채기도 했다니까요. 80년에 입학하자마자 휴교령이 내려졌던 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Q 성남에 약국을 개업하게 된 계기는?

A 정말 우연이었어요. 어머니가 운동권 딸이 계속 운동의 길을 갈까봐 무작정 성남에 가서 계약부터 하셨어요. 왜 성남으로 가셨는지는 지금도 몰라요. 또 그 때는 약학고시 합격발표도 나지 않았던 때여서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낙방했으면 큰 일 날 뻔 했죠. 그렇게 졸업하자마자 약국을 개업했으니 당연히 경험도 없었고, 모든 것이 부족했습니다.
 
상황이 절박하다보니 정말 닥치는 대로 공부를 했어요. 덕분에 한방, 임상약학, 건강식품, 임상영약학 등을 두루 섭렵했고, 후에 주민들을 만날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졸업 전에 보건의료 선후배들과 지역에서 무료진료소를 고민했었는데 마침 성남에 개소하게 돼 자연스럽게 성남에 정착하게 됐고, 벌써 30년이 됐네요.
 
Q 약국을 하면서도 여러 활동을 많이 하셨던데 소개 좀 해 주세요.

A 초등학교 4학년 때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교습비가 없었습니다. 그 때 담임선생님이 1년 반 동안 무료로 가르쳐 주셨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제가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고, 저도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평생 간직하게 됐습니다. 이후 무주상보시(대승불교의 실천덕목 중 하나로, 내가 ‘누구에게 베풀었다’는 자만심 없이 온전한 자비심으로 베풀어주는 것을 말한다)를 배우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활동을 하게 됐어요.

또 학생운동을 했던 경력도 지역사회에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성남에 오자마자 상대원에서 매주 일요일 무료진료소를 운영했고, 그 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임신 중에도 매주 나갔으니까요. 그렇게 인연이 되어 성남여성의 전화 이사,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장도 하게 됐어요. 또 여성과 교육, 보건의료, 통일, 공동체 등의 주제에 관심이 많아 학교 운영위원도 하고 어린이 의약품지원본부 이사, 성남의료생협 이사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됐지요.
 
▲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골목길에서 30년을 약국이자 주민사랑방으로 운영된 새강약국   © 성남피플


Q 3월 22일이면 만 30년을 한 곳에서 동네약국을 운영하시게 되는데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A 동네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다보니 어느새 30년이 흘렀네요. 제가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 덕분입니다. 가족들, 주민들, 지역단체 회원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는 어려웠겠지요. 여럿이 손잡고 가면 길게 갈 수 있고 또 풍성하게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 가늘고 길게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약국을 한 자리에서 계속 운영해 오면서 좋았던 것은 무엇보다 동네 주민들이 변하는 것을 참 많이 봤어요. 철거민들이 쫓겨와 살아 온 성남이어서 그런지 30년 전에는 술 먹고 싸우는 일도 많았고, 일용 노동자가 많은 특성 때문에 거친 사람들이 많아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주민들을 만나면서 주민들이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불신하고 안하무인이던 사람들도 믿고 대하면 바뀐다는 것을 배웠죠. 이제는 무서운 사람들도 없을 뿐 아니라 친한 주민들은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까지 알게 됐다니까요.

사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동네약국이 다 사라졌어요. 게다가 근처에 문전약국 3곳이 생기면서 처방전이 현저하게 줄었고 경영도 많이 어려웠습니다. 대다수 동네약국처럼 될 수도 있었지만 저는 그동안 주민들과 밀착해 있었기 때문에 그 주민들이 저를 지켜주신 겁니다. 위기를 극복하면서 약국 안에 동네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도 만들었고,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계셔서 매출도 올라갔습니다.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끄떡없을 것 같아요.
 
Q 강 약사님이 생각하는 동네약국은 어떤 곳입니까?

A 요즘의 약국은 기계적으로 처방전을 내면 약을 처방해 가고, 그러면 끝입니다. 대화를 할 시간도 조건도 되지 않죠. 그러나 동네약국은 처방전의 비율도 낮고 바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을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증상에 대한 얘기뿐 아니라 힘들었던 과거사나 가족들의 불화 등 인생사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기도 하구요,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럼 30분, 1시간이 훌쩍 지나가지요. 그러면서 주민들의 형편도 잘 알게 되어 처방을 할 때도 부담을 최소화한 최적의 처방을 할 수 있게 되고, 어려운 분들에게는 그냥 드리기도 하면서 어느새 친한 언니, 동생이 돼 있었습니다. (기자와의 인터뷰 중에도 약을 사러 온 여성이 강 약사에게 스스럼없이 ‘언니’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네약국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미리 예약하고 편한 시간에 약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고, 외상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쌓인 외상값도 엄청 많답니다 하하.

그리고 동네약국은 전문성이 높습니다. 증상에 대한 상담을 제대로 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합니다. 많이 알아야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최적의 처방을 내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공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주민들과의 대화와 상담 덕분에 전문가가 됐다니까요.

반면에 단점은 재고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문전약국은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을 중심으로 적게는 30여 개 성분부터 많아야 1,000여 개 성분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데 저희 약국에는 2,300여 성분의 약이 있습니다. 언제 어떤 약이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약도 유통기한이 있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받아야 할 때도 있어서 손해를 많이 보기도 합니다.
 
▲  새강약국 안에 마련된 원적외선 사랑방   © 성남피플


Q 약국 안에 마련된 ‘원적외선 사랑방’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2012년 5월에 약국을 두 번째로 리모델링하면서 동네 주민들이 치료와 함께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시스템을 갖췄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적인 근골격질환이나 피부질환, 냉성체질로 인한 순환장애질환, 비염, 면역관련질환에 일정정도 기여함도 확인했구요. 또 어르신 피부 검버섯 등이 사라진 사례도 몇 건 있었습니다. 덕분에 만성질환을 앓고 계신 어르신들이 처방전을 들고 오셔서 매출 상승의 효과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상담과 소통을 통해 쌓여진 임상지식과 다양한 건강기능성 식품을 이용한 영양요법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우리 주민들은 ‘원적외선 사랑방’에서 약 30분 간 찜질을 하시는데 대화하면서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해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집단 상담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생각됩니다. 말하자면 ‘힐링’ 하시는거죠.
 
Q 동네약국을 오래 하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생길텐데 한두가지만 말씀해 주시죠

A 처음 약국을 오픈했을 때 제가 24살이었는데 어떤 40대 남자가 약국에 오셔서는 ‘호수에 빵꾸가 났다’는 거예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다가 성병에 걸리셨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20대 아가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래도 약사라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듣게 되는구나 생각했지요.

또 한번은 80년대 중반쯤인가 어떤 남자가 차가 고장났다면서 8만 원을 빌려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는 꽤 큰 돈이었지요. 갚는다는 말만 믿고 빌려줬는데 그 이후로 소식이 없어요. 이런 비슷한 일이 참 여러번 있었어요.
 
제가 어려서부터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과 사람을 거의 무조건 믿는 경향이 강했거든요 학창 시절 14살 소녀가 가출했다며 재워달라고 해서 그냥 불쌍한 생각에 재워줬는데 새벽에 집에 있는 돈을 몽땅 가지고 도망간 일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성격 때문에 외상도 쉽게 주고 해서 금액도 어마어마하답니다.
 
Q 끝으로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대체로 몸이 아픈 분들이 병에 대해 관심이 많아 건강정보를 찾으시는데 대부분 옳지 않은 정보를 믿고 돈만 떼이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질환과 관련이 없는 의료기기, 건강식품을 엄청난 돈을 주고 사는 것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대부분 어려운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결정하기 전에 언제든 저에게 오셔서 편하게 물어보고 결정하시라는 겁니다. 엉터리 정보에 몸과 마음이 상하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르신들 집에는 약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무슨 약인지도 모르십니다. 약을 모두 다 가지고 오시면 제가 정리해 드리거든요. 챙겨놨다가 다시 드실 수 있는 약과 버려야 할 약 등을 정리하면 불필요한 돈 낭비도 막을 수 있으니까요. 이밖에도 무슨 일이나 상의하시고 편히 놀러오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한 10년 정도 동네약국을 더 할 생각이구요, 그 이후에는 작은 도시나 공동체 마을에 가서 약국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구요,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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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송정 15/01/14 [11:38] 수정 삭제  
  대학 시절에 알고 있던 강봉주랑 지금의 강봉주... 변한게 전혀 없는 것 같으네 반갑네... 처음 약국 개업했을때 대구 촌놈이 올라 갔었지? 약국 문닫고 술 한잔 했던 기억이 새롭네 그 세월이 어느덧 30년이 흘렀구만... KUSA 18기 김규준(기억 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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