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해가 바뀌었다. 24절기중 마지막인 대한(大寒)도 지나 이제 다시금 입춘(立春)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은 슬슬 물러가고 봄이 점차 다가오는 시기이다. 남은 겨울을 잘 보내야 건강하게 봄을 맞이할 텐데, 제철음식은 보약이라는 말에서 그 힌트를 살펴보자.
1월 제철음식에는 우엉, 연근, 귤, 오징어 등이 있다. 모두 한약재로도 잘 쓰이는 재료들이다.
그 중 우엉을 살펴보자. 우엉의 씨앗이 한약으로 쓰이는데 한약재 이름으로는 ‘우방자’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서점자(鼠粘子)라고 하는데 한자를 풀이해보면 쥐 서(鼠)자에 붙을 점(粘) 그리고 씨앗을 뜻하는 자(子)로 구성되어 있다. 직역하자면 쥐에 붙는 씨앗이란 뜻인데, ‘우엉의 씨앗의 껍질에 가시가 많아서 쥐가 지나가다가 달라붙으면 떼어내지 못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방약합편에는 우선 맛이 맵다고 했다. 한의학 격언(?)중에는 산수신산(酸收辛散)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신맛은 거둬들이고 매운 맛은 발산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우방자는 ‘아 맛이 맵구나, 그럼 발산하는 작용이 있겠군’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다음엔 창독(瘡毒-부스럼 같은 것)을 없애며 풍열(風熱)로 인해 목구멍이 아픈것과 가려움증등에 쓴다고 되어 있다. 한의학에서 풍(風)자가 들어갈 때면 변화가 많고 병세가 급하며 표증(表證)인 경우가 많다. 표증(表證)이라고 하는 것은 병세가 표(表) 즉 겉에 있다는 것으로 피부병이나, 병이 얕은 것을 의미한다. 위에 써 있는 것도 부스럼, 가려움증, 목구멍의 통증등 표피 가까이 생긴 병들이 많다. 또한 열(熱)로 인한 것에 쓴다니 우엉씨앗 자체는 좀 시원한 편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자 그동안 음양(陰陽)공부를 몇 차례 했는데 난관에 봉착했다. 그럼 우엉은 음(陰)인가 양(陽)인가? 맵고 발산한다고 하니 양(陽)에 속한다고 해야할 것 같은데... 또 열나는 데에 쓴다니 음(陰)에 속할 것 같기도 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렇듯 음양이 섞여있어서 어느 하나로 정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병이 피부에 있거나 감기초기처럼 겉에 증상들(오한, 두통, 콧물등)이 많은 경우에 흔히 한의학에서는 발산(發散)하여 흩어버리는 치료법을 많이 쓴다. 이런 발산력이 강한 약재들은 대부분 매운 맛이면서 열성(熱性)을 띄는 양(陽)적인 작용을 한다.
풍한(風寒)으로 인해서 차가운 기운으로 표(表)에 병에 생겼다면 이런 약재들로 가볍게 발산을 시켜주면 된다. 그런데 뜨거운 기운으로 표(表)에 병이 생겼다면 이런 약재들을 쓰기가 조심스럽다. 발산을 시키기는 해야 하는데 자칫 발산시키는 약재의 열성이 병을 더할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 위에 나온 우방자와 같은 약재들이다. 이런 약재들은 시원하면서도 발산(發散)을 시켜준다 하여 신량해표약(辛凉解表藥)으로 분류한다.
결론적으로 우엉씨앗은 평소 열이 많거나 일시적으로 열로 인해서 목이 아프거나(인후염), 두드러기가 생겼거나 종기 부스럼 등이 생긴 사람에게 잘 맞는다 할 수 있겠다. 실례로 작년에 필자의 지인이 인후염이 심한 상태로 1박 2일로 진행되는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 급한 대로 마트에서 우엉을 사다가 끓여서 먹었는데, 그 날 이후 증상이 호전되어서 차츰 나았던 기억이 있다.
추운 겨울철, 평소 열이 많은 체질의 사람이 목감기에 걸리거나 인후통이 있을 때면 우엉을 떠올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