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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탄저균의 독백>
서덕석 시인(목사,한국작가회의회원)
기사입력: 2015/08/19 [19:37]  최종편집: ⓒ sn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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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저균의 독백>
 

                                                            서덕석 시인(목사,한국작가회의회원)

나 ‘바실러스 안트라시스’는
네바다 주 수백미터 땅속 깊은 곳에서 잠자던 중
거대한 고무장갑 손가락이 달콤한 설탕물 주사로
나를 깨워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지옥 끝까지 배달한다는 ‘페덱스’ 택배회사를 통해
대한민국 오산 미공군 기지 내의
‘주한미군 합동위협인식 연구소’로 보내졌지
 
나 스스로 어디로든 갈 필요도
누구를 해칠 생각도 없었지만 미안하게도
무심코 풀어 헤친 택배상자를 들여다 본
22명의 젊은 군인들이 자지러졌지,
닦고, 씻고, 비비고, 소독약을 뒤집어썼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나 ‘바실러스 안트라시스’는
오직 불붙는 화염으로써만 생존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독종인 것을
 
예방접종을 맞은 미군 친구들이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며칠 누웠다가 툴툴 털고 일어났다지만
애꿎은 코리안 친구들은 아직도 혼쭐을 빼고 있지,
일찌기 별을 단 누군가가 ‘들쥐’들이라고 불렀던
“기브 미 어 쵸컬릿”외치면서
미제라면 껌벅 죽는 시늉을 하던 그들이
“기브 미 삼 바실러스 안트라시스”라고
외치지 않는 것도 참 희안하네
 
며칠 뒤 캠프 K-55 정문앞에서
“양키 고 홈!”이란 외침까지 들으면서
나 속이 상해 내 고향 네바다 주 땅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졌다네
아무래도 대한민국은 나 같은 독종 탄저균이
살 곳은 아닌 것 같아,
예방접종도 맞지 않고 그저 미군 형님의 말이라면
혀 꼬부라진 발음으로 “ 예스, 예스 올 라잇”을 되풀이 하는
순진한 코리안들을 몰살시키고 싶지는 않아
 
핵무기보다 420배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나 ‘바실러스 안트라시스’의 자부심으로 말하건데
백의민족에다 한번도 이웃 나라를 침략한 역사가 없는
코리안은 절대 나의 표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구
지들끼리 아웅다웅 다투며 사는 거야 일상사지
바다 건너까지 가서 소꼽질 싸움에
핵무기로도 모자라 나까지 끌여 들이겠다니
이건 아니지 싶다고
 
나의 자존심을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큰 코 다칠 줄 알아야 할 걸
제 아무리 예방접종 어쩌구 하지만
잠자는 나를 함부로 깨웠다가는 절대 감당을 못 할 거야
나 ‘바실러스 안트라시스’가 얼마나 무서운지
색깔도 냄새도 없이 맛도 안나는 내가
숨어들지 못할 곳이 없거들랑
땅 속 깊은 곳에 파묻어 봐라
한 숨 자고 10년 후에라도 다시 깨어 날 테니
 
그러니 네바다 주 땅 속 깊은 곳,
내 고향으로 나를 보내 다오
내가 좋아하는 따끈따끈한 방사능 간식도 있고
험상궂은 미군 녀석들 중얼거리는 소리를
자장가로 들으면서 편안하게 쉬고 싶다고
무엇보다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 코리안들을
괴롭히면서까지 여기 있고 싶지가 않아,
끝내 내가 죽을 곳도 네바다 주 땅속 깊은 곳
처음 태어 난 그 하얀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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