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건강
[김영욱의 노동경제] 파견법 개정, 독일 ‘하르츠 법’ 모방으론 안 된다
성남피플 발행인/ ‘30일에 끝내는 자본론특강’ 저자
기사입력: 2015/12/11 [16:13]  최종편집: ⓒ snmedia.org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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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돼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는 동안 우리 청년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개혁 5법의 통과를 강하게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노동개혁 5법’ 중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기간제과 파견법 개정이다. 3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가 본인이 희망할 경우 최대 4년(현행 최대 2년)까지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기간제법과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이다. 특히 파견법 개정 관련 노동계는 정부안대로 6개 ‘뿌리산업’(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에서 파견을 허용할 경우 앞으로 “‘현대자동차’(제조업의 대표적 제품인 자동차)도 뚫릴 수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기간제 연장과 파견업종확대가 청년일자리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서비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켜 69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것도 ‘미국식으로 될 경우’란 가정이 붙어 있으므로 어떤 실증적 분석이 아닌 가정일 뿐이다.

청년실업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처방에 따른 노동시장유연화 정책으로 정리해고제도입과 비정규직 확대로 불안한 일자리가 일상화됐다. 이번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혁은 노동시장유연화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 대기업의 이윤확대에 기여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파견업종의 확대는 그나마 지켜지는 중소 금속산업 등 뿌리업종의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이고, 기간제의 2년 연장은 그야말로 비정규직을 더 연장하는 것으로 이에 그 무슨 새로운 고용창출이 있겠는가.
결국 고용창출은 선동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뿌리업종기업의 고용비용을 줄여 납품단가를 낮춰보겠다는 대기업을 위한 발상이다. 특히 법적으로 불법파견으로 판결난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볼 때도 파견이 합법화되면 이는 결국, 대기업이 직접고용을 부담을 줄여 고용비용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 분당서울대병원 간호보조, 환자이송 노동자(비정규직)들이 24일 ‘정규직 전환! 서울 본원과의 차별 철폐 결의대회’ 를 개최했다. © 성남피플     © 성남피플



정부와 기업이 강조하는 독일 하르츠 개혁의 결과는?

박근혜 정권은 유럽국가들이 2008년 금융위기이후 추진한 노동시장유연화를 흉내내려는 듯이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유로연방의 패자가 된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닮고 싶은 것 같다. 독일의 하르츠법을 모방한 노동개혁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정부와 경제단체들은 앞다퉈 ‘하르츠의 노동개혁’을 설파했으며 정부에선 아예 지난 노사정 협상을 두고 ‘한국판 하르츠 개혁’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하르츠개혁의 결과는 참담했다. ‘하르츠 개혁’의 동기부터가 의심쩍었다. 새천년이 시작될 때,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전 세계적인 해외이전이 가속화해 다국적기업이 번창하고 무역불균형이 심화되었다. 그러자 독일에서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강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게 되었다.이것이 슈뢰더 총리 시절, ‘어젠다 2010’과 ‘하르츠 법’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어젠다 2010’은 기업활동 장려를 목표로 했던 바, 노동비용과 고용주의 사회보장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이 망라되었다. 이로 인해 사회보장제도의 재원이 감소하고 복지수당수준은 낮아졌으며, 퇴직연령은 67세로 더 높아졌다. 해고절차는 완화되었으며 실업수당이 줄어듦에 따라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가리지 말고 재취업하도록 강요받았다.

파견노동 2년 기간제한 삭제와 ‘미니잡(주당 노동시간 15시간미만의 일자리로 당시 최대 월급 400유로) 활성화’ 같은 노동시장유연화 방안을 추려 2003년 법제화했다. 하르츠법이 그것이다. 파견노동 규제 완화나 미니잡 확대와 동시에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줄여 실업자가 질 낮은 일자리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넣었던 것이다.

일단 어젠다 2010의 개혁의 결과를 보면, 외견상 고용률 73퍼센트, 실업률 4~6퍼센트의 실적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질은 저임금 단시간 노동으로 확대로 귀결되었다.
슈뢰더 총리에 이어 집권한 메르켈 총리의 경제철학은 “아무리 보수가 적고 쾌적하지 않은 일을 하더라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소득재분배를 통해 돈을 받는 것보다는 바람직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해고 절차가 간소화 되었으며 기업은 수습 계약을 늘리도록 독려받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추징금이 부과되었다. 거시경제에서는 부가세율이 16페센트에서 19펴센트로 인상해 공공수입이 250억유로 증가했다. 이렇게 해서 추가적으로 걷힌 세금의 3분의 2는 예산 적자를 줄이는데 쓰였고, 3분의 1은 경영주의 사회보장비 부담을 경감하는 데 사용되었다. 결국 부가세 인상은 저소득 가계의 부담을 더 지우는 꼴이 되었다.

메르켈 총리의 집권 기간 동안 산업분야 종사자 650만명은 시간당 10유로 미만을 받고 그중 200만 명은 6유로도 채 받지 못했다. 서비스분야의 경우는 최저임금도 없고, 월 450유로를 받는 미니잡만 증가했다. 미니잡 인구는 여전히 750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4,150만 경제활동인구의 약 20퍼센트에 달하는 수치다. 오죽하면 노조가 저임금노동자를 포괄하기 힘들어지자 2014년 7월 3일 최저임금법안이 하원에 통과했다. 시간당 약 1만 1,700원이었다. 하르트무트 자이페르트 독일 한스-뵈클러재단 전 경제사회연구소장의 말을 빌면 “하르츠법 효과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불안정성을 높였다는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내가 독일 ‘노동개혁’ 얘기를 길게 인용하는 이유는 이번 기간제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가 명백히 대기업 이윤을 갖다 바치는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새누리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장에서 파견전환이나 임금삭감 압박용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장기근속 노동자들에게 파견으로 돌리겠다는 압력을 가해 임금을 삭감하거나 조기퇴출을 강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국판 하르츠법의 강행은 노동 조건 저하와 고용불안을 심화하는 가속 페달일 뿐이다. 독일이 하르츠 개혁을 통해 파견규제를 완화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은 파견근로를 확대하는 대신 파견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노조와 협상을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독일사회가 파견규제 완화를 받아들인 이면에는 그 나마 강력한 노조가 있기 때문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을 빌리면 “독일은 매년 파견업체와 독일노총이 중앙교섭을 통해 파견노동자 임금을 결정하고, 미니잡 종사자에 대해서도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노조에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허울뿐인 노사정협의회만 있을 뿐, 독일처럼 파견업체 대표와 독일산별의 중앙교섭을 진행할 형식도, 정부의 의지도 없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국무회의 발언을 보면 경제성장률에 목을 메다 보니 초조하다 못해, ‘청년실업’을 끌어들이고 ‘국민’을 끌어들여 국회의원을 협박하고 있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꿰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애초 3%이상의 성장률이 2.7%선에서 머무르고 있으며 고용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하여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정도다. 대기업의 사내보유금을 풀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유효수요 창출의 소비 진작책을 써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청년실업을 볼모로 한 대기업을 위한 노동개악 행진을 멈춰야 한다.

나아가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이 대기업을 위한 정부인가, 일하는 국민들을 위한 정부인가, 양단간에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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