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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노동경제]어이없이 날아간 국민노후자금 788억원
기사입력: 2016/11/30 [10:25]  최종편집: ⓒ snmedia.org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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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재단 로고   @ 민중의소리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각종 특혜 비리가 연일 터지면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재벌 ‘삥뜯기’부터 시작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입학비리, 수영선수 박태환에 대한 올림픽 출전 저지 협박에 이르기까지 어디서 어디까지 손을 댔는지 그 규모를 알 수 없다. 국민들은 분노와 망연자실의 심정으로 정권과 재벌, 힘 가진 사람들의 아수라의 신세계를 보고 있는 중이고 이 상영은 계속진행형이다.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에 여론의 관심이 맞춰줘 있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재벌의 행태다. 재벌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상납을 골목 형들한테 삥뜯긴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자발적 상납으로 인한 혜택과 대가를 바라고 함께 공모한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재벌–정권의 대국민 사기공모 가운데서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국민연금이 삼성의 합병을 밀어주고 이재용의 재벌승계를 위해 목마를 태워준 사건이다.

 

자본주의는 수많은 병폐를 낳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우연한 일이 아니며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민중들의 항쟁과 정치권의 요동은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에 포로가 된 현대 자본주의 병리 현상의 일단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말기 암환자 수준의 자본주의 경제의 숨통을 끊어 놓는 것은, 규칙화된 자본질서를 해치고 그 고통을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천민자본과 권력과의 유착과 비리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최순실을 밀어주기 위한 ‘이종교배’

 

788억 원은 이번 국민연금이 삼성합병에 대한 찬성으로 잃은 손실액이다. 국민연금강화 국민행동의 성명서를 보자 “올해 5월에 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냈다. 법원이 제시한 비율(1대 약 0.418)로 재산정할 경우 국민연금은 합병 후 재상장된 2015년 9월 15일 종가 기준으로 788억 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애초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한 적정 합병비율(1대 약 0.46)로 계산할 경우 손실액은 훨씬 더 커진다.

 

또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합병 결정전에 지속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하고 오히려 불리하게 합병비율이 결정된 이후에는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였다는 의구심도 지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소비자경제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국민연금은 이 합병으로 6천억원 상당의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산정됐다고 한다.

 

지난해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1:0.35)은 삼성물산에 매우 불리했다. 제일모직보다 삼성물산에 두 배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상식적으로 볼 때 반대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 일텐데 찬성을 하고 나선 것이다. 11월 17일자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장관한테 “합병에 찬성하라”는 종용을 받았다고 한다. 종용을 한 인물이 누군가 봤더니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라는 것이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의혹 관련 조사를 위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소환되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이와 연관해 ‘국민연금강화 국민행동’이 11월 24일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직권남용 혐의 고발 기자회견 하면서 밝힌 내용은 국민연금의 단순한 판단착오가 아닌 박근혜 정권이 작게는 최순실을 밀어주기 위한 ‘이종교배’를 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한 몸’이나 다름없다는 최순실이 사실상 설계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거액을 출연한 것에 이어 최씨 개인회사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송금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삼성과 최씨 쪽의 ‘커넥션’이 분명해졌음. 합병안 가결 일주일 뒤에 이재용 부회장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독대했고, 다음 달에는 삼성전자가 최씨 회사인 독일 비덱스포츠에 송금을 시작했음.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이 돼 최씨 딸 정유라씨 지원을 위한 포석이라는 점 역시도 관련 고발 사건에서 수사대상임이 분명함. 국민연금의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거나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의는 결국 최씨 쪽에 대한 삼성의 뇌물 제공과 그 대가로 이에 따른 대통령과 그 뜻을 맹종한 주무부처 장관의 피고발인의 직권남용 행위로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함.”

 

문제의 해결은 문형표 공단이사장의 직권남용과 삼성-박근혜 대통령-최순실로 이어지는 커넥션을 밝혀야 할 특검으로 넘어갔다. 특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제 3자 뇌물수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죄는 밝혀져야 하고 처벌은 엄정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노후자금 손실액에 대한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남아있다.

 

이번 사태는 1997년 외환위기(=한국의 과잉생산 공황)시 문제되어 그 척결을 고창한 정경유착, 관치금융의 현 주소가 더욱 좀비화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백번 양보해 외환위기는 ‘경제성장률’‘금융자유화를 통한 경제선진국 진입’이라는 목표 하에서 잘못된 길을 걸었다지만, 현재의 국민연금 게이트는 그 어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재벌을 밀어주고 대통령의 자기식구 감싸기 위한 빨대 꽂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재벌이 왜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인가? 비정규직 양산에 골몰하고 하청단가를 후려쳐 중소기업 노동자의 목을 조르고 골목상권에 쌍권총을 차고 들어와 난사하는가? 성과급제 도입, 파견근로 확대 등 정권이 나서서 자본집단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 한마디로 무서울 게 없기 때문이다.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비자금을 만들어 바치면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래는 퇴진밖에 남지 않았지만, 한국경제와 서민생활을 파탄내는 정경유착과 재벌의 문제는 단지 민형사상의 법적문제나 경영인의 도덕적 쇄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다. ‘포스트 박’ 시대는 투명성과 신뢰를 근간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87년 체제, 97년의 사회양극화를 넘어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는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이다. 현재를 허무는 것이 다시 세우는 빠르고 정확한 길임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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