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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노동경제] 이재용 배상법, 이재용 몰수법을 만들자
기사입력: 2017/02/08 [11:17]  최종편집: ⓒ snmedia.org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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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광화문 촛불에서 터져나온 요구는 단연 ‘즉각 탄핵’과 ‘이재용 구속’이었다. 박영수 특검이 이재용 구속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다 경제상황보다 정의실현에 무게를 두며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했을 때, 국민들은 반신반의했다. 과연 법원이 삼성을 넘어설 것인가 기대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촛불민심이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촛불시민의 정의는 다시 광화문의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촛불민심으로 분출하는 요구에 발맞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재벌, 검찰, 언론의 부패한 결탁과 담합 구조를 청산해야 한다”면서 “민주적 감시와 견제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그 해법이며, 이것이 바로 2월 국회의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즉, 재벌, 검벌, 언벌의 ‘3벌 청산’을 들고 나왔다. 특히 재벌개혁과 관련해 “재벌개혁의 시작은 1%의 소유로 100%를 지배하는 비정상적 지배구조의 개선과 재벌 경영에 대한 감시․감독 강화”라며 소액주주들의 권리 보호 등을 내용으로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를 호소했다.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총수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다 맞는 말이다. 재벌의 전횡을 통제 감시할 수 있는 장치와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나아가 지금 일제히 쏟아져 나오는 재벌개혁의 내용에는 총수의 특별사면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 횡령·배임·포탈세액에 대한 중형을 매겨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등도 있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법원은 결국 영장을 기각했다.  ⓒ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그간 대부분의 재벌개혁은 경제성장론에 밀려났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지만, 집권당이 되고나면 슬그머니 쥔 주먹으로 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발본(拔本)에 있다. 썩은 뿌리를 드러내 잘라야 한다. 재벌개혁을 위한 여러 법과 제도를 마련할 수 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재벌대기업은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는 손배가압류를 독하게 실행해 노동조합의 합법적이며 정당한 권리투쟁을 가로막고 있지만 유독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벌과 과징금 말고는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끼친 손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게 하는 전보적 손해배상(보상적 손해배상·compensatory damages)만으로는 예방적 효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액의 배상을 치르게 함으로써 장래의 유사한 불법행위의 재발을 억제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에 드는 것은 어떤 것이 있나?

민주당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사망자는 1106명, 전체 피해신고는 5312건에 달한다. 지난 2014년에는 KB국민카드·NH농협카드·롯데카드 등 카드3사의 고객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건도 있었고, 폴크스바겐의 연비조작 등 최근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의 불법 부당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최근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 사업주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중요하다. 개정안은 현행 근로기준법이 금지한 강제근로나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 휴직, 정직 등의 부당해고를 저지른 사업주에게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최근 이랜드의 상습임금체불이나 동광기연의 설 연휴를 앞둔 부당해고와 같은 근로자 권리침해 행위가 노동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주의 선의나 감독기관의 감시강화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기에 입법적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재벌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법의 선발대는 ‘이재용 배상법’이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민연금의 관리·운용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이득액 또는 기금의 손해액 규모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이로 인한 연금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심성합병으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해액은 적정 합병비율을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판단한 적정 비율 1:0.46을 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손해액은 약 34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부실화를 걱정하는 가입자들에게는 ‘억’하는 비명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검의 조사과정에서 문형표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쇠고랑을 찼고 이재용 부회장은 1차전에서 구속을 피했지만 영장 재청구가 기다리고 있다.

 

삼성과 국민연금은 막대한 손해를 본 국민연금 가입자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국민연금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와 국가를 대신하는 법무부가 이재용 부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야 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국민 1만2천 명의 서명을 모아 국민연금 손해배상소송을 내달라는 국민청원서를 지난해 12월 냈다.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문형표, 홍완선, 안종범을 상대로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 5천억원 상당을 손해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이 손해배상청구를 통상적으로 해서는 안된다. 최대 3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돼야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 "한국판 리코법 도입해야"

다른 한편, 이재용 부회장이 얻은 이익이 ‘범죄수익’에 해당하므로 몰수·추징할 수 있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한 재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형법 제133조) 또는 제3자 뇌물제공(제130조) 혐의로 처벌받는다면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야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제기한 ‘리코법’을 다시 들쳐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한국판 리코법 제정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재벌의 범죄수익을 환수 조치하고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대기업 440개의 법인세를 22%에서 3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오리엔트 공장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민중의소리  

 

 ‘리코법(RICO Act)’은 미국에서 실시 중인 ‘조직범죄처벌법’이다. 미국은 1970년 리코법을 도입해 마피아 조직범죄를 성공적으로 소탕했다. 리코법은 특정 조직범죄 집단 또는 재벌, 기업 등이 적법하지 못한 이득을 얻을 경우 이를 전면 몰수할 수 있다. 또 범죄로 인해 직접적 손해를 입은 사람은 3배 이상 손해배상을 받도록 함으로써 피해자의 소송을 독려하고 있다.

이 리코법을 활용해 미국은 정경유착 및 공무원 접대 등 범죄를 통제하고 있다. 리코법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재명성남시장 특유의 ‘포퓰리즘’이라고 공박하지만, 범죄적 정경유착을 뿌리 뽑을 강력한 법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이 같은 범죄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재벌개혁의 여러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과 발맞춰, 응당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이 제출한 재벌개혁방안을 통해 의미있는 기업감시와 재벌총수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금까지의 어떠한 정권도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을 끊지 못했고 끊을 것이라고 믿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여러 재벌개혁방안을 제시했지만,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불행한 일이나, 대한민국 경제계가 대오각성할 일”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발언한 “사법부의 판단 존중” 발언도 중도층 흡수를 겨냥한 말이라기보다는 구체제의 어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현재의 범죄행위를 묵과하고 어떠한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촛불시민항쟁은 정권교체를 바라는가? 절실히 바란다. 그러나 더 절박하게 정권교체이후의 대한민국이 ‘다른 세상’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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