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김영욱의 노동경제] 메이데이와 대선후보들
기사입력: 2017/05/02 [08:20]  최종편집: ⓒ snmedia.org
김영욱
트위터 밴드 페이스북 공감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5월 1일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노동절이다. 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 15만 명이 하루 8시간 노동시간 쟁취를 위해 투쟁한 날을 기린 것이다. 미국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임금인하 없는 8시간 노동제’ 쟁취투쟁은 당시 주물공장 노동자였던 실비스와 기계공이었던 아이라 스튜어트에 의해 주창되었다.

 

이들은 당시 하루 12~14시간을 일하고도 겨우 생계만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북부의 노동자들은 남부 흑인노예에 견주어 노동자들 스스로 ‘임금노예’라고 했고 ‘노예노동’이라고 불리었다. 이 족쇄는 끊어져야만 했다. 드디어 1868년에 ‘8시간 노동동맹’이 결성되어 캘리포니아 내에서만 50개의 조직이 결성되었고 농부들조차 ‘8시간 대동맹’이란 조직을 만들어 연방정부를 압박하였다. 결국 연방정부는 1868년 8시간 노동제를 공표하였다. 그렇지만 이 법은 강제력이 약했고 자본가에 의해 쉽사리 파괴되었다. 미국 노동자들은 실질적 8시간 노동제를 위한 기나긴 투쟁에 들어갔으며 결국 쟁취했다.

 

여기서 우리는 왜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한 5월 1일이 ‘노동자의 날’이 되었는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노동시간단축’이야말로 노동자에게는 생존을 가늠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삶을 뿌리 채 뽑아버리고 죽을 때까지도 노동을 강요하는 노예노동의 다른 이름일 뿐이기 때문이다. 100여 년 전에 미국만이 아니라 산업화된 영국, 독일 등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것이 노동시간 단축이다.

 

한국, 아직도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66시간)보다 20%나 많은 2113시간이며,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노동자는 345만명(17.9%, 2015년)에 이른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이면에는 저임금, 기아임금이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 시간당 임금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노동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시간당 임금은 1만3천753원이었다. 2014년보다 5.7%(834원) 줄었다.

 

노동시간단축과 더불어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최저임금을 실질화하는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더디기만 하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7.3% 오른 시급 6천470원(월 135만원)이다. 한 끼 밥값도 안 된다는 푸념이 나온다. 노동·시민단체가 최저임금 1만원(월 209만원)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동시간의 단축과 더불어 고민해야 할 바는 실질임금 상승이다. 특히, 대선후보들의 노동정책, 나아가 정책의 기본기조를 들어다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은 촛불항쟁을 완수하는 대선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그 격발에 불과하다. 연인원 2천여만명이 참여한 촛불항쟁은 단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는데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다. 적폐청산의 근본을 들여다보야 한다. 그것은 97년 한국의 과잉생산공황이후 IMF(국제통화기금)를 필두로 해 밀고 들어온 신자유주의에 선을 긋는 경제정책, 노동정책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장미대선에 맞선 청년들의 장미혁명,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한 장미파업'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장미꽃을 들고 준비한 요구들을 발표하고 있다.(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단계적 최저임금 인상은 하지 말자는 것

 

열악한 일자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인 최저임금 1만원 정책에 대해 후보들은 대부분 동의했다. 최저임금은 매년 조금씩 상승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를 잡는 게 중요하다.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2020년까지,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조속한 시일 내 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목표를 제시하지 않다가,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약을 확정했다.

 

하나 물어보자? 왜 대통령이 된 이후 당장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하지 못하고 진보후보라는 심상정 후보마저 2020년까지 단계적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가? 물가는 항상 제자리인가? 2016년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인상된데 불과하지만 집값, 교육비등의 애초부터 과도한 물가수준을 감당하기에 현재의 최저임금은 기아임금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 최저임금 2020년까지 단계적 인상은 최저임금 억제의 가면일 따름이다.

 

모든 대통령후보들이 단계적 최저임금을 주장하는 것은 당장의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한 고민일 것이다. 중소기업, 플랜차이즈점의 알바 임금이 오르면 사업주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은 대기업의 과도한 이익집중을 해결하는 데로 나가야 한다. 기업소득 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소득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3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08~2009년 사이 206조 원에서 551조 원으로 늘어났고, 2015년 710조 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도 점점 벌어져 1980년대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 노동자의 90% 정도였으나 2014년경에는 6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자동차 업계만 보더라도 1차 하청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원청대기업 노동자의 절반, 3차 하청업체 노동자는 3분의 1수준이다.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격차도 심화되면서 열심히 일을 해도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이 500만에 달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격차가 더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의 실질화 문제는 대기업에 대한 통제와 법인세인상, 하도급 관계에서 부당한 납품단가인하, 부당특약, 기술탈취행위에 대해서는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를 실질화하는 등, 대기업 이익의 사회적 환원과 공유를 확대하는데로 귀결시킬 수 밖에 없다.

 

▲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연 '촛불후보 기호 0번 최저임금 1만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갖고 있다.(자료사진)민중의소리ⓒ양지웅 기자     © 성남피플

 

난마(亂麻)처럼 얽힌 문제를 푸는데는 단칼로 베어버리는 쾌도난마(快刀亂麻)가 필요하다. 한국의 신자유주의 –흉폭한 자본이익 일변도의 정책을 베어버리는 출발을 최저임금인상으로 삼자.

 

문제는 이번 유력한 대선주자들의 모습에서는 쾌도난마의 시대의 흉금을 열어젖히는 기개나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다만, 민중연합당의 김선동 후보가 2018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제시함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김선동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대선후보들이 2020년에나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는 것은 기만적인 약속이다. 2018년부터 즉각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왜? 2020년 도입을 기만적이라고까지 말했을까? 2018년 도입을 미루는 것 자체가 대자본과 재벌의 눈치보기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대의 전환은 큰 구호나 두루뭉술한 좋은 언사에 있지 않다.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쉽진 않지만 반드시 해결해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청천벽력같은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점에서 최저임금 1만원 2018년 인상은 실현 불가능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 촛불항쟁의 저변에 흐르는 ‘자본중심의 세상을 바꾸는’ 격발이 되어야 한다.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쓴 영국 소설가 D.H 로렌스는 이렇게 시를 읇었다.

 

제대로 된 혁명 D.H.로렌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쫓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를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을 폐지하자, 우리 일하는 것에 종지부를 찍자!

일은 재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일은 노동이 아니다

우리 노동을 그렇게 하자!

우리 재미를 위한 혁명을 하자!

ⓒ snmedia.org.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밴드 페이스북 공감 카카오톡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25년째 이어온 성남 통일아리랑 23일 열려 / 남언호
성남 양대노총,노동인권 조례 통과 촉구 입장발표 / 김영욱
문재인 국정100대 과제, '박근혜종북적폐청산' 빠져 / 김영욱
성남 위례신도시~탄천 산책로 448m 열린다 / 김영욱
성남 중원구 76곳 모범음식점 자격 심사 / 성남피플
성남문화재단 개소 / 남언호
성남시 행복학습센터 16곳 추가 지정 / 성남피플
성남시의회, 호스피스 완화의료 조례안 발의된다 / 남언호
성남시, 의료관광 인프라 강화 위해 협약 체결 / 성남피플
성남시 홈페이지에서 동식물 서식지 한눈에 본다 / 성남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