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셋째 출산 1억원’보다 고교 무상교복이 더 중요합니다
일회성 현금지원보다 복지 시스템이 중요하다
신옥희 성남여성회 공동대표
고교 무상교복 지원이 어느 시에서 먼저 시행될 것인가를 두고 언론에서 관심있게 다룬 기사를 봤다. 조금 늦게 무상교복 지원에 뛰어든 정찬민 용인시장은 성남시의회에서 예산 통과를 반대한 자유한국당 소속이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을 찾아와 “좋은 정책은 당을 떠나 빨리 따라하는 것이 성공하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교복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성남시는 이미 중학교 교복 지원을 시행하고 있어서 시의회 예산 통과만 되었다면 고교 무상교복도 벌써 시행이 되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당리당략을 떠나 주민복지 차원에서 고민해봤다면 논란의 요지가 달라졌을 테니 말이다. 사실 우리사회 무상복지 논란은 2000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노동당이 내세운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대부분은 생소한 무상복지의 개념과 무엇보다 ‘무상’이라는 말이 가진 공공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에 수많은 논란을 낳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무상복지는 보편적 복지, 즉 사회 구성원 전체의 삶을 평등하게 향상시키는 복지정책으로 이해되고 확대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고교 무상교복 지원에 대해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며 반대의견을 냈던 자유한국당 박광순 성남시의원이 제출한 셋째 출산시 1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조례안은 상당히 전향적 변화다. 대부분 언론에서 여야의 ‘내로남불’ 논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박광순 의원이 낸 조례안은 현재 고교 무상교복 예산 30억원, 청년배당 113억원에 비해 몇 배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또 1억원이라는 돈에 혹해 유입되는 인구가 몇천명으로 늘어나면 성남시 예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그러나 평균출산율 1.25명(세계평균 2.5명)의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국가적․사회적 문제로 접근해 지자체의 정책을 고민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단계적 현금 지원을 거쳐 결국은 고교 무상교육을 내용에 담은 점은 박광순 의원 본인이 인정하던 안하던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으로 이어질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모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큰 돈을 한 번에 지원해준다고 해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서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 돈 걱정 없이, 안전하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당장 둘째도 낳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교 무상교복을 넘어 고교 무상급식, 고교 무상교육으로 이어지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 복지정책은 당리당략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넘어 시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만큼이나 성숙한 정책결정 문화가 자리 잡아 복지증진으로 귀결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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