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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노동경제] 살인기업 처벌법 도입 시급하다.
기사입력: 2018/03/23 [10:04]  최종편집: ⓒ sn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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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이지 마라” 기업살인기업 처벌법 도입해야

 

3월 들어 또 산업재해 사고가 났다. 지난 4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장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 55층에서 일하던 노동자 4명이 숨졌다.

 

노동자들은 박스 형태인 안전작업발판 구조물에서 건물 외벽에 유리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다가 작업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변을 당한 것이다. 언제까지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지켜봐야 하나?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으로 단연 1위를 하는 것이 있다. 산업재해사망률 1위다. 한국은 산재사망자수가 OECD 평균치인 0.48명(근로자 만명당 사망자수)의 세배에 달하는 심각한 산업재해국가다. 2016년에도 산재 사망자 숫자가 1777명이었으니, 하루에 네 명 이상 생을 달리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강타한 산업재해의 행렬만 기억나는 데로 적시해보면 타워크레인 사망사고, 여수산단 폭발사고, 포스코 산재, 제주도에서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 사망사고 등 있다. 건설현장의 만성적인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한 ‘취업을 위한 현장실습’이란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파견형 현장실습이 특성화고 졸업예정자에 대한 노동착취의 다른 이름임이 밝혀졌다. 이 군이 작성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선 현장실습 시간이 1일 7시간 내로 제한됐지만, 실제 이 군의 업무일지엔 하루 12시간이 넘게 노동을 했다. 이 군은 현장실습생이라기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장기간 노동자에 가까웠다. 안전한 상태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이었지만, 이 군은 기계 하나를 홀로 전담하는 등 다른 직원들과 동등한 상황에서 노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망사고 전에도 두 차례 낙상사고를 겪었고, 갈비뼈를 다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안전사고의 징후가 드러났지만, 기업은 현장 복귀를 독촉했고 학교는 사태를 전혀 파악하고 있지도 못했다.

 

▲ 지나가던 다른 현장실습생이 이민호군의 상황을 목격하고 급하게 다른 직원들에게 알리고 있는 모습ⓒ유족 및 대책위 제공     © 성남피플



현장실습은 노동수탈의 다른 이름

현장실습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가 1973년 박정희 정부였다. ‘수출 산업역군의 양성’이라는 정책하에서 실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은 열악한 산업현장에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수단이 됐다. 그나마 현장실습을 교육과정으로 복원시키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상황은 급변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실업계고를 특성화고로 전환시키면서 2011년 25%, 2012년 37%, 2013년 60%등 취업률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취업률에 따라 지원금을 달리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교는 통폐합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방향을 돌려놓자, 박근혜 정부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이런 노동수탈의 조기 취업 정책이 질 낮고 산업재해에 노출되는 취업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지난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김 군이 안전문을 고치다 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건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문제와 서울시의 안전 불감증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당시 19세였던 청년취업생의 노동권리 및 보호장치 미흡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근본수술이 아닌, 산업재해방지법 전면개정 예고

그동안 산업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내외의 여론은 결국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28년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을 입법 예고함으로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위험 수준별로 도급의 금지, 도급의 승인 등 도급제한 제도를 구축하고,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 외에도 원청, 발주자(건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배달앱 사업주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또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도록 법정형 중 징역형에는 1년에서 7년으로 하한형을 도입하고, 법인에 대해서는 기존 1억에서 10억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가중했다.

 

특히, 위험상황 발생 시에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대피할 수 있음을 개정안에 명시하고, 사업주가 이에 대하여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만시지탄이라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산업재해를 다소 줄이고자 하는 법 개정노력은 의미있다.

 

그러나 이번 산업재해방지법의 개정안은 기업주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발에 오줌누기다. 왜냐하면 법정형과 벌금형이 약간 높아졌지만, 정작 판례를 보면 사망사고의 경우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수천만원의 벌금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아온 것이 법의 관행이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입법예고 기간(‘18.2.9~’18.3.21)동안 공청회, 간담회 등을 통해 전문가 및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 입법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제출된 전부개정안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의원입법안과 병합심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직, 기간이 있는 만큼 전면개정을 제출한 의미를 충분히 살리고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2013년 옛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대표입법발의한 ‘살인기업처법법’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면개정안에도 이러한 살인기업 처벌법의 주요 항목이 포함되어 있지만 강제조항의 경우는 그 정도차가 심하다.

우선 ‘살인기업처벌법’의 적용범위로서 ‘중대재해’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기존 법은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인 이상 발생시에만 적용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건처럼 장시간에 걸쳐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 중대재해의 범위에 속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살인기업 처벌법’은 적용범위를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3개월 이상 요양을 요하는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부상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 직업성 질병자가 최근 5년 이내에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하여 법 적용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 서울 광진구 구의역의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현장 옆에서 고인이 근무했던 은성PSD 소속 노동자들이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양지웅 기자     © 성남피플



기업살인처벌법, 사망사고에 대해 7년이상의 징역을 선고해야

또한 기업살인처벌법안은 사망의 결과가 나오면 책임자에게 7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법정형을 올려 집행유예가 나올 수 없도록 한 것인데, 이번 고용노동부의 개정안은 1년 이상 징역형이라는 하한선을 두어 집행유예로 나올 수 있는 여지를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이래서는 기업주나 책임자들이 제대로 된 경각심을 가질 수 없다.

 

또한 기업살인처벌법은 기업에 대한 과징금에 대해서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 기준을 제시했다. 노동자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범죄를 저지른 기업은 피해 노동자에게 사고로 인한 손해의 3배 이상을 배상과 기업의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해 형사상 책임은 물론 영업 면에서도 기업에 불이익을 가할 것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엣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는 ‘진보를 복기하다’라는 책에서 이 부분과 관련해 “현재의 재판 실무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수는 매우 낮다. 비정규직 노동자 한 사람 목숨 값이 벤츠 승용차 한 대 값이나 될까.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현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과 기술 유용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3배 손해배상 청구제도’를 기업살인처벌법에서도 적용해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 이상을 배상하도록 했다. 하지만 영미법이 피해자의 정신적 손해를 실질적으로 보전하고 유사한 피해와 재발을 막기 위해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액수다”라며 의견을 제시했다.

 

영국에선 1987년 선박 사고 이후 산업재해를 포함한 대형 사고에 대한 기업과 사업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2007년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이 제정됐다.

 

기업이 노동자나 공공에 대한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기업한테도 범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망 사고를 일으킨 기업한테는 상한선이 없는 ‘무제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영국에서는 실제 몇백만파운드의 벌금 폭탄을 맞는 기업들이 나타났다. 안전 관리를 잘못했다가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확실히 던진 셈이다.

실레로 지난 해 9월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체인 아이슬란드 푸드에 대해 법원은 250만파운드(한화 약 37억5천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 업체는 연 매출 40조원이 넘는 거대기업이다. 2013년 이 업체 한 매장에서 58세 노동자 토니 홉킨스씨가 작업 도중 3미터 높이 천장 작업대에서 추락했다. 에어컨 및 공기 정화시설 관리를 위해 매장과 하도급 계약을 맺고 일하던 중이었다. 럭비를 좋아하고 사람 좋던 홉킨스 씨는 매장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다 변을 당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중 결국 사망했다.

사망 노동자가 천장에서 작업할 때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난간이나 안전대가 없었고, 천장 작업대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지 않아 영국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지난해 영국 산업재해 벌금 액수 상위 2위 사업장이 됐다. 1위는 우리 돈 43억원의 벌금을 낸 건설회사, 3위는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철도회사였다. 모두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였는데 원청 회사들이 거액의 벌금형을 받았다.

 

한국의 경우, 대형 조선업체들의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 여수산업단지 폭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대기업들은 원청이라는 이유로 빠져나가거나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있는 현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상앙 “형벌을 시행할 때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근로감독한 뒤 34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확인했고, 총 2천27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했다. 검찰로 송치된 건들이 어떻게 처리될지 두고 봐야겠지만, 영국처럼 과감한 벌금이 선고될 것 같지는 않다.

 

6명이 사망한 2013년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에서 원청인 대림산업은 3천500만원의 벌금을, 같은 해 5명이 아르곤 질식사고로 사망한 원청업체 현대제철은 5천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는 한국이 산업재해에 대한 무감증을 반영하는 것이다. 인명경시 풍조는 두말 할 필요도 없거니와 처벌 차원에서도 ‘관대’하기 때문에 이런 기업의 책무방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개정안의 경우 부분적으로 개선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업의 인명경시 풍조를 잠재우고 세계최다의 산업재해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아직도 인명 우선보다 기업이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향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입법예고가 요식행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김선동 전의원이 제시한 ‘기업 살인법’ 실재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원청에 대한 구속 처벌과 매출액 대비 과징금 부과, 중대재해 범위를 넓히는 전면적 법령개정이 되어야 한다.

 

변법개혁으로 고대 진나라의 기틀을 세운 재상 상앙은 이렇게 말했다. “이른바 형벌의 통일은 형별을 시행할 때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다.”

 

노동자를 고용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부주의라는 말에 가려질 수 없다. 현대제철 사장이나 여수산단의 사장이 구속됐다는 말을 들어본 바가 없다. 무전유죄 유전유죄는 산업재해 처벌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산업재해, 그 중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원청사와 사업주에게 추상과 같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두렵지 않게 일하는 것은 ‘노동존중’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의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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