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동행기] 성남시민사회활동가, 제주 4.3항쟁 유적지 답사
기사입력: 2018/09/04 [08:50]  최종편집: ⓒ snmedia.org
김영욱
트위터 밴드 페이스북 공감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4.3 평화공원 추모재단 앞에서     © 성남피플

 

성남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여름수련회가 올해로 3번째다. 이 행사는 매년 성남민주화운동사업회(상임이사장 이해학) 주최로 진행되고 있다. 2년전에 지리산, 작년에 부산민주화공원을 갔다. 올해는 4.3항쟁 70주년을 맞아 제주도로 향했다. 

 

흐린날씨를 뚫고 일행은 8월 28일 제주공항을 거쳐 무명천할머니라 불리우는 진아영 할머니댁을 방문했다. 4.3사건 당시 총탄을 턱에 맞아 평생을 무명천을 얼굴에 감싸고 살았다고 했다. 하나의 장면으로 4.3사건의 진실을 말해주는 장소.

 

제주는 역시 바람이 회오리처럼 여기저기서 불어오고 비는 간간히 뿌린다.
바닷가에 나가니 검은 현무암 더미위로 백년초가 피어났다. 어찌 이곳에 피는것일까? 물어보니...안내자께서 아마도 이 백년초의 원산지가 멕시코이니 바다를 타고 왔을 것이란 설득력있는 설명을 해 주신다.

▲ 무명천 진아영할머님 초상     © 성남피플

 

점심먹고 빠르게 선흘동의 완전히 소개된 바닷가 마을과 4.3성터를 돌아보고 북촌리에 당도해 위령탑에 참배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4.3사건당시인 69년 전 음력 12월 19일 새벽, 북촌리 마을 어귀 ‘너븐숭이’ 비탈에서 무장대가 군 차량을 기습하여 군인 2명이 사망하는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군인들이 마을로 들이닥쳐 온 마을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북촌국민학교 마당에 집결시켜 학살을 자행해 3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이들까지 학살해 그곳에는 애기무덤이 있다.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은 바로 이 마을과 학살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마당에 하얗게 깔려있던 것도 싸락눈이었다. 그 시간이면 이집 저집에서 곡성이 터지고 거기에 맞춰 개짖는 소리가 밤하늘로 치속아 오르곤 했다 이집 저집 제사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현기영 ‘순인삼촌’ 중에 )
같은 날 북촌리 사람들이 학살되었기에 제삿날이 같았다는 소설속 표현이다.

▲ 북촌리의 애기 무덤     © 성남피플

 

제주 4.3 항쟁은 남로당이 미군정과 이승만 일파의 단독정부수립 방침에 반대해 48년, 2월 7일 무장봉기를 결정하고 제주도에서는 350명이 투쟁에 나섰다.
미군정은 제주도를 ‘Red 섬’이라 규정했고 48.11부터 49년 2월까지 계엄령을 선포해 한라산 중산간 이상은 무조건 무장대로 간주해 학살했고 무장대가 숨어들었다고 판단된 마을을 전소시키고 주민을 학살했다. 그 수가 3만명이 넘는 사건이다.

“이 제주 4·3 사건은 한국 전쟁이 휴전될때까지 계속되었으며, <제주4.3특별법>에 의한 조사결과 사망자만 14,032명(진압군에 의한 희생자 10,955명, 무장대에 의한 희생 1,764명 외)에 달한다. 사건을 일으킨 주역 중 이덕구는 6월에 경찰관 발포로 사살되고, 김달삼은 그해 6월말 9월의 해주 전조선 제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에 참석차 제주도를 빠져나가지만 학살은 1953년7월 27일 한국 전쟁이 휴전되고 그후 1954년 9월 21일까지 계속되었다.(이상 위키백과 인용)”

 

저녁을 먹고 짐을 챙겨들고 숙소에 들어 이해학목사님의 강연을 들었다.
“자신 안의 어린아이가 맘에 들 수 있도록 나를 변화시켜나가야 한다” “뱀이 허물을 벗고 독수리가 자신의 무뎌진 부리와 발톱을 갈아 새롭게 태어나듯이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그냥 세월 따라 흘러가서는 안된다”는 일일신 우일신의 귀한 말씀을 들려주셨다. 그리고 이 목사님 스스로가 100일 노동에 참가해 젊은이들과 다름없이 노동을 해 내는 거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참가자들에게 용기를 주셨다.

 

▲ 이해학 목사님이 강연을 하고 있다.     © 성남피플

 

 

둘째날은 제주 4.3 평화공원을 향했다.
평화공원 위령탑에 함께 참배하고 관람관을 돌았다. 관람관은 현대사의 압축이며 관점도 좋은 듯하다. 내가 인상깊게 본 것은 통로에 전시된 당시 희생자들의 사진이다. 앳된 얼굴의 여성도 있고 학생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다.


그리고 동굴이 있다. 당시 가족이 피신해서 숨어있었는데 토벌대가 불을 피워 일가족을 몰살한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숙소로 돌아와 조별로 “4.3 정명正名짓기”를 했다. 심사평에서 “완벽한 정명이 나오지 않았으나 좋은 내용을 제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조별 사람들의 소개와 참가소감을 밝히는 훈훈한 밤을 보냈다. 4.3학살사건, 4.3민족학살, 4.3 평화, 43 민중항쟁, 등등


밖은 보름달이 태양처럼 선명하다. 제주의 바람에 씻겨서 그 명료함이란...아직도 눈에 선한 제주의 보름달...복잡한 뇌를 개운하게 하는 달이다.

 

▲ 4.3평화공원 전시관 통로에 희생자의 사진을 모아 놓았다.     © 성남피플



셋째날, “선녀와 나뭇꾼”이라는 70-80년의 생활 모습을 담은 체험장, 요새 이런 컨셉의 장소가 심심찮게 생긴다. 사람들마다 과거를 현재로 불러온 추억의 장소들..고고장같은 곳에 서 군무를 추기도 하고 학교교실에 들어가 당시의 교복을 입고 교단에 서서 ‘떠든 아이’찾아내기 놀이도 한다. 유쾌한 시간. 그러나 그곳에 선녀와 나뭇꾼을 없었다. 왜 이리 작명을 했을까?

 

오후에는 치유의 숲에 들렸다. 전날 비가 오락하더니 숲은 습도가 좀 높다.삼나무와 편백이 정글을 이루고 각자의 일어섬이 숲을 만든 멋진 숲이다. 잠시 누어 팔랑이는 나뭇잎과 하늘을 보니 근심이 달아나고 잠이 쏟아진다. 과연 치유의 숲 답다. 좀 더 누웠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비행기를 타야 한다.

돌아오는 제주공항은 사람이 많고 성남에는 비가 계속 쏟아진다고 했다.

나는 제주를 처음 가본다. 몇 번 기회가 있었으나 인연이 없었다.
제주하면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다. 볼거리가 많다. 그러나 그 사물의 뒤로 또 현무암의 바위 아래로 스며있는 4.3의 상처는 아직 선명히 남아있다.
역사는 반드시 평가되어야 한다. 이제 4.3의 평가는 시작단계에 있을 뿐이다.

 

한나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악의 평범성'이란 말을 해서 세간을 뒤집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유대인을 600만명이나 학살한 나치의 핵심 부역자인 아이히만은 자신의 죄에 대해 '나는 다만 (합법)정부인 나치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던바, 나치와 그 부역자들에 대한 몰양심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4.3의 학살자들은 다만 상부의 명령을 충실이 이행했을 따름이라고 말할 것인가?

 

함께 갔던 일행이 제주에서 택시기사님에게 ‘성남에서 4.3기행 왔다“고 하니 택시기사님은 무심하게 ”제주도가 힘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4.3은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이며 바로 잡아야만 할 현재형 사변이다.

 

▲ 토벌에 의해 사라진 선흘동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 성남피플
▲ 북촌리 위령탑앞에서 함께하고 있다.     © 성남피플
▲ 진아영할머님댁 앞에 백련초가 무심히 피어있다.     © 성남피플




ⓒ snmedia.org.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밴드 페이스북 공감 카카오톡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일명 '장기요양기관 비리보장법(오제세법)' 통과 저지 / 김영욱
성남시 청사내 출입통제시스템 도입 철회하라 / 성남피플
6.10항쟁 30주년 기념 표석, 종합시장에서 제막식 가져 / 김영욱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성남시의료원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 개최 / 성남피플
자동차산업 고사시키는 광주형일자리의 일방 추진을 중단해야합니다. / 성남피플
문재인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0% 의 약속을 지켜라! / 김영욱
성남여성의전화, 2019년 가정폭력·성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교육실시 / 성남피플
판교We포럼, 혁신도시 판교 도심공동화 현상 해소 간당회개최 / 성남피플
성남시의 양성평등기금은 결국 사라지는 것인가 / 성남피플
은수미 성남시장,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 회동 / 성남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