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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노동경제] ‘위험의 외주화’, 이번만큼은 브레이크를!
기사입력: 2018/12/25 [12:05]  최종편집: ⓒ snmedia.org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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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8일에 끝내는 노동조합 특강’ 저자,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교육실장)

 

 23일 국회환경노동위 산안법 또 불발

 전부개정안은 위험·유해 작업에 대해서는 도급을 금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시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살인과 폭력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주로 개인의 돌출, 사이코패스거나 가정폭력, 성폭력 등 이 가해자들은 개인이다. 엽기사건이 벌어지면 언론을 달구고 사람들은 살풍경 세상을 배경으로 혀를 끌끌 차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잊힌다. 연이은 사건과 사고가 새롭게 시야를 채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에 의한 폭력, 기업에 의한 살인은 그 익명성으로 해서 일반명사로 ‘사건’이나 사고’로 명명되고 살인이나 폭력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대표적 집단 살생의 기억은 세월호였다. 그러나 아직 세월호가 치유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김용균 24살, 이 청년의 죽음이 남달리 다가오는 것은 젊거나 아니면 나이가 있거나 상관없이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일시에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 선상직원들을 수장시킨 국가폭력, 기업 살인이었다면 김용균씨의 사망은 2년전 구의역 김군 사망의 연속선상에 있는 점들이 연결되는 선이다.

 

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산재사고 사망자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8년 동안에만 무려 12명에 이른다. 노동부와 국회,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연속된 산재사망은 앞으로도 계속 죽음의 행렬이 이어질 것임을 예상하기 쉽다.

 

▲ 2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청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성남피플

 

발전회사의 있으나마나한 안전 대책

지난 10월 국회에서 모 회사인 서부화력 등 5개 발전회사에 지적한 사항 중 이런 내용이 있다.

 

“비정규직 직원들의 안전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것” (발전5사 공통)

 

그리고 서부화력 회사 홈페이지에는 시정조치 항목으로

 

(지원확대) 협력기업 안전역량 강화 지원

적정 안전관리비 계상기준 제정, 운영

(4천만원이하 모든 공사, 설계가 100% 지원)

중소기업 근로자 재해보장보험 가입 지원

→ 재해자 사회복귀 및 중소기업 자금 지원

협력기업 안전교류회 개최(연2회) 및 안전

작업수칙 핸드북 제공으로 전문성 강화

□ 향후 추진계획

ㅇ 스마트 안전체험 프로그램 개발

ㅇ 안전사고 Big Data 분석시스템 개발

(서부화력회사기업경영공시중 http://www.alio.go.kr/popSusiViewB1210.do)

 

여러분이 보실 때, 위 대책이 산재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지 궁금하다. 12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한 기업의 비정규직 안전조치 강화가 이런 것이다. 임시로 시늉을 하는 모습이다. ‘스마트 안전체험 프로그램개발’과 ‘빅데이터 분석’이 어떤 효과를 낼지도 의문이다.

 

정치권은 불난 호떡집 마냥 두 가지 보완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12월 18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합동대책으로 고강도 특별감독과 국내 모든 석탄발전소에서 2인 1조 근무를 시행 등을 발표하였다. 이게 대책이 될 수 있을까?

 

23일 국회환경노동위 산안법 또 불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나 23일 환노위 논의는 불발되었다. 이번 전부개정안은 위험·유해 작업에 대해서는 도급을 금지하고,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시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며,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환노위는 11월 1일 회부된 이 법안을 한 달 넘도록 심의를 미루다가 김용균씨 사고가 나자 지난 19일에야 고용노동소위에 상정했는데 이 법안은 사업장 내 모든 고용 형태의 노동자에 대한 안전 조치와 보건 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등 원청 사업자의 책임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국회는 지난해 3월에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원·하청 통합관리제도’를 처음 시행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적용 대상을 ‘제조 및 철도·지하철 업종 중 원청의 상시 근로자 수가 1000명 이상인 사업장’으로만 한정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여론이 끓자 지난 19일 긴급 당정대책회의를 갖고 법안 통과는 물론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도 원·하청 통합관리 적용 업종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위험의 외주화 원천봉쇄

 

그러나 법 제도 개선에서 중요한 것은 ‘위험의 외주화’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위험업무의 외주화는 한마디로 인건비를 절약해 기업이윤을 늘리자는 계산법이다. 이를 허용하면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용균씨가 파견되어 일한 한국발전기술은 매각되던 2014년 당시 매출 433억 원에서 2017년 765억 원으로 43.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편,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가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발전소 안전사고는 346건으로, 이중 337건(97%)에서 비정규직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사망한 노동자 40명 중 37명(92%)은 비정규직이다. 이 통계가 보여주는 것을 명확하다. 오로지 이윤확대에 비례해 산재사고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망사고 이후 민주당 박정 의원은 태안화력이 속한 한국서부발전에서 2008년 이후 발생한 78명의 사상자 가운데 74명(95%)이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직접고용을 통해 노동자의 안전문제는 사용자가 직접 책임지게 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한 입법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국민의 생명·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나 ‘노동조합관계법이 규정하는 필수 유지업무’의 경우 파견사업을 아예 금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민주노총이 목에 피가 나도록 주장해 온 바이다. 지난 대선 이후 문재인 정부가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 실행력이 의문으로 남는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분개하는 일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규였다. 다들 보았을 손 피켓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자고 호소했으나 청와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지금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청년 추모행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공동행동 소속 회원이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위험의 외주화 중단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민중의소리 김슬찬 기자     © 성남피플

 

개인의 폭력과 살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살인과 폭력은 수시로 행해지지만 기업의 로비로 입법이 왜곡되거나 이러 저러한 정치적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표류하다가 결국 실종되었다.

 

분노가 계속되면 봉기가 일어난다. 봉기는 더 이상 현 상황을 견딜 수 없을 때 일어난다. 촛불혁명이 그러했고 87년 6월항쟁이 그러했다. 표현은 정치적이지만 그 심연에는 생존이 있고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추호도 반대할 생각이 없다. 다만 숫자 놀음식의 단기적 일자리 가지고는 안 된다. 비정규직을 없애 나가야 한다. 당장 상시 생명안전 업무나 위험한 직군의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 여기서 스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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