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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노동경제 ]문재인정부,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부터 해야 한다.
기사입력: 2019/04/19 [12:07]  최종편집: ⓒ snmedia.org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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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문제가 연일 뜨겁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공을 넘긴 문재인

정부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다. 경사노위는 한마디로 사회적 합의기구다. 문제는 ILO 기본

협약이 합의할 사항인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선정하고 국제노동

기구(ILO) 87호·98호 협약을 비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LO는 1919년 설립 후 현재까지 채택

하고 있는 189가지 협약 중에서 8가지를 선정하여 소위 8대 핵심협약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하였지만 아직 8대 핵심협약 중 ‘제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의 보장 협약’,

‘제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제29호 강제노동협약’, ‘제105호 강제노동철폐 협약’의

4가지를 비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ILO 핵심협약인 87호·98호는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호, 그리고 29호 강제노동 금지 등에

관한 내용이다. 이는 대한민국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것이니, 당연히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에게도

보장돼야 하는 것들이다.  

 

 

한국 정부는 1991년 12월 9일 ILO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당시 정부는 ILO 가입 이유를 “국제적

외교무대에 당당히 나설 수 있게 되었고”, “노사관계법, 근로조건 등 한국의 노동환경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알림으로써 국내외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28년간이나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비준협약
국제노동기구(ILO) 비준협약ⓒ김영욱
 

핵심협약(core conventions)은 노동권에 관한 가장 기본적 규율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모든 ILO

회원국은 비준에 대한 사실상의 의무를 부담한다.이에 따라 ILO는 비준하지 않은 회원국에 대해

미비준 사유를 매년 보고하도록 하고, ‘결사의 자유’에 관해서는 비준 유무에 관계없이 ‘결사의

자유 위원회’를 통하여 해당 회원국 정부에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 기본권’의 보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실행하는 일이다.

 

그동안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서는 결사의 자유 침해로 진정된 사건에 대해 수십 차례의 권고를

해 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로는 기존의 사건 외에 비정규직의 결사의 자유 침해 사건이 추가되어

거의 매년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권고가 나오고 있다. 2016년 발레오전장 노조파괴사건과 철도-

화물연대 파업탄압사건, 2015년 노동부의 단체협약시정관련 행정지침,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하청노동자 결사의 자유침해, 2011년 화물운송특수고용 결사의 자유침해, 2009년 대학교수의

결사의 자유침해, 2007년 교원의 결사의 자유침해등이 그 주요 사례다.

 

 

지난 3월 28일 서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박수근 위원장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서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박수근 위원장
이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민중의소리
 

 

경사노위, 사용자단체의 공세-파업권 등의 무력화 시도 

문제는 기본협약 비준에 대한 논의를 경사노위에 넘기면서 발생했다. 사용자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 파업 시 대체근로 인정 ▲ 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 ▲ 사업장 점거 금지 ▲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명확화 등을 논의 의제로 던졌다.

 

이에 대해 국제노총까지 나서서 한국 사용자단체들이 꺼낸 논의 의제를 걱정하며 3월 28일(벨기에

브뤼셀 현지시간) “우리는 한국정부가 사용자단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지를 고려한다는 점에

대해 심히 우려한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의 법은 현재보다 더 국제기준과 불일치하게 된다…

한국정부는 노동관계법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지 못하고 가장 기본적인 협약을 비준하지

못하여 한참 뒤쳐져 있다는 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자본측이 주장하는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이나 부당노동행위 제도 폐지의 항목을 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현재도 파업권은 너무도 제한되어 있다.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이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만들고,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등

노동법상 보장된 방법을 통해 투쟁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현행법은 단체행동권중 쟁의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대체 노동자 투입을 제한하고 있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않는 비조합원을 통해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새로 노동자를 채용하거나 다른

업체에 도급을 줄 수 없다. 쟁의행위는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함으로써 사용자와의 교섭력에

균형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인데 대체 노동자 등을 투입할 경우 노동조합의 쟁의권이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철도, 항공운수, 수도, 전기 등 필수공익사업의 경우 공익 보호를 고려하여 쟁의행위 참가자의

100분의 50 이내에서 대체 노동자 등의 투입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필수공익 사업을 악용하는 사례가 범람해 파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파업권에

대해 ‘필수업무사업장’이란 족쇄를 채웠다, 이는 노동자의 파업권과 관련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업장은 반드시 일정 규모로 업무를 유지하도록 하는 필수유지무 제도로 지정한 사업장을

말한다. 항공운수, 철도, 지하철, 수도,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통신, 우정사업, 한국은행, 혈액공급

사업 등이 해당된다. 문제는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있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란, 시민의 안전과 생명과

관련한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필수유지율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노조의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금지해 온 직권중재에 대한 반성적인 고려로

도입됐다지만, 통상적으로 노동위원회가 결정하는 필수업무유지율은 70~100%로 이는 파업의

전면적인 금지에 달할 정도다. 이렇게 해서는 파업의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철도파업의 경우가 그러하다. 운행할수록 수익이 나는 KTX는 파업시에도 업무유지율이

100% 유지가 된다. 필수유지율이 60%인데 파업불참 인력으로 노동강도를 높여서 100% 영업을

하는 것이다. 2013년 노조가 23일간 파업을 했던 당시, 철도공사가 낸 경영 자료를 보면 그전 해와

비교해 오히려 수익이 늘었다. 한마디로 필수유지율이 높다 보니 파업의 효과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필수유지업무제도를 폐지하고 ‘최소업무유지제도’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나아가 필수공익 사업장을 축소해야 한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한국의 필수공익사업 범위는

지나치게 넓다는 점을 계속 지적해왔다. 철도, 일반병상, 항공 운항(관제 제외), 석유 등은 필수공익

사업장에서 모두 제외돼야 한다.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자료사진)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자료사진)ⓒ김철수 기자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 실현돼야 한다. 

한국의 노동현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표현되는 노동조합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2019년

3월 고용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를 221만명으로 발표했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사용자와 계약을 맺는다. 사용자 입장에선 비용 감소와 고용 유연성 확대 등의 이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권 사각지

대에 방치돼 있다. 저임금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시간 제한 규정이 없는 탓에 하루 평균 12~13시간

씩 장시간 노동을 하기 일쑤다.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

한다.  

 

이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노조를 설립해 사용자 측과의 단체협상을 통해 업무수행 단가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꾀할 수 있다.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파업 등 쟁의행위도 가능하다. 현재 산재보험

의무가입 특수고용직은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대리기사 정도로 협소하게 해 놓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나아가 간병노동자들은 알선업체를 통해 병원의 환자개인과 계약하는 방식의 특수고용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근로기준법이나 산재보상보험법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몇년 전 메르스나 독감이 창궐할 때도 보호 장비조차 지급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은 노조할 권리의 또 다른 축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합법노조로 인정하는

일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는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아 그해 1월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이 사건으로

34명의 노조 전임자들이 강제 해직됐다. 이에 전교조는 헌법상 단결권을 침해한다며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투쟁했다.  

 

이에 대한 1·2심 법원의 판결은 ‘법외노조 처분이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 역시 해직교사

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교원노조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전교조 소송을 둘러싸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이 이른바 ‘재판거래’를 주고

받았다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근 ‘사법농단’ 관련 혐의

등으로 사법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구속기소 돼 지난 2월 재판에 넘겨졌다.

 

ILO 기본협약은 28년간 유예되었다. 정부에 묻고자 한다. 노동기본협약은 합의사항이 아니다. ILO의

기본 협약규율에 관한 사항이다. 이를 왜 경사노위에 넘겨서 ‘합의’를 보려고 하는가? 결국, 사용자

측은 기본협약 채택보다 자본이윤에 경도된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 등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에

대한 공격을 서슴치 않고 있다. 경사노위로 넘겨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다. 기본협약은 합의사항이 아니라 정부가 설득하고 만들어 나가야 하는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싶다. 현 집권여당은 이번 기회에 그 동안 미뤄져왔던

전교조 합법노조 인정, 221만명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그리고 파업권등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기본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 길이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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