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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노동경제]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 ‘2등 국민’ ‘2등 지역’ 만들자는 것
기사입력: 2019/05/01 [12:19]  최종편집: ⓒ snmedia.org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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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계의 최저임금인상 저지공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최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재계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가 쇄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5일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김문식 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에서 우려되는 점은 지불 주체에 대한 고려 없이 임금을 단일화해 적용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업종이나 규모별로 차등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박영선 장관은 “최저임금을

중소기업에 차등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월 손경식 경총 회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은 공정성·객관성 측면에서 일정 정도 의미가 있지만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재계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는 사실상 단일기준의 최저임금 결정을 흔들고 최저임금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한 속내일 뿐이다. 

 

이러한 재계의 요구에 편승한 김동연 전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최저임금과 관련, “지역별 차별화에 대한 것도 고용노동부와 저희(기획재정부)가 내부 검토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폭으로 일정한 밴드(‘범위’의 의미로 사용)를 주고 지방에 결정권을

주는 것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라고 발언한 이후 노동계의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최저임금위 TF 결론도 ‘차등적용 불가’ 

최저임금의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경영계에서 계속 요구해온

사안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노·사·공익 위원이 추천한

전문가 18명으로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를 구성하여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정구조, 차등적용 등

제도개선 사항을 집중 논의한 바 있다. 그해 12월 TF에서는 권고안을 제시했는데,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어렵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거나 다수의견이었다. 

 

함께 생각해보자. 업종별 차등의 경우에는 우선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렵고, 구분 적용되는 업종은 저임금 업종의 낙인효과가 발생하고 가뜩이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심화되는 가운데 비정규직 내에서의 차등을 통한 서열화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즉 최저임금

업종별 차별화가 될 경우, 저임금 업종의 노동자는 ‘2등 국민’이라는 박탈감을 갖게 되고,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적정한 생계비를 지급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점은 지역별 구분에 따라 노동력이 이동되어 지역 낙인효과가 우려된다.

또한 지역별 노동력 수급이 왜곡된다. 결국, 최저임금이 높은 곳으로 노동력이 이동하게 되면

저임금 지역의 경우 노동력수급이 어렵게 될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제시된 수도권 중심의

과밀집중현상을 개선하고자 했던 지역균형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당연히 부동산 등

물가가 비싼 서울 수도권은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고, 중소도시가 있는 지방은 최저임금이

낮다. 한국사회가 1일 생활권으로 들어선지 오래다. 젊은이들이 가뜩이나 지방을 회피하고

수도권으로 올라오고 지방과 농촌에는 젊은이들이 부족한지 오래다. 여기에 기름을 붓자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성남시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2010년 당선된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가 6,552억 원의 비공식 부채를 당장 갚을 수 없다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모라토리엄 선언이 있자 분당구의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우리 성남시가 거지냐”, “성남시민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성남시가

못사는 동네로 찍히면 사람들이 이사 오지 않을 것이고 집값에 영향을 준다는 취지였다. 이후

성남시가 2013년 모라토리엄을 졸업함으로써 이러한 논란은 없어졌다. 당시 나는 분당구민이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렵게 자신의 집을 마련해 이사 온 사람들의 경우,

앉은 자리에서 집값이 떨어지는 일에 반발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사는

지역의 평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은 특정 지역을 대한민국 변두리로, 슬럼지역으로 낙인찍고 그

지역주민의 자괴감을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한마디로 정부에서 말하는 국민통합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최저임금 지역차등,  
젊은이 이탈 가져오고 ‘변두리’ 지역 낙인찍을 것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인도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노동기본권 쟁취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인도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노동기본권 쟁취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기자

 

 

최근 문재인 정부는 지난 25일 발표된 반도체 분야의 투자 감소와 10년만의 –0.3% 성장이라는

충격을 겪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의 악재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재벌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 하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변곡점을 넘어 포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애초 왜 소득주도성장을 대표 경제공약으로 내걸었는지 생각해 볼 타이밍이 지금이다.

1930년대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재앙이 왜 발생했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 수출일변도의

한국경제가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의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1997년 몰아친

외환위기가 단순한 달러 부족현상이 아니라 외자에 치우친 국내경제의 건전성이 그만큼 약했다는

반증이다. 

최저임금문제를 논할 때 가장 많은 비판이 자영업, 프랜차이즈점주들이 고용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는주장이다. 본질상 노동력의 비용 상승은 재벌기업중심의 이윤압박이 불가피 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재계의 강력한 반발을 동반해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고 경제생태계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저임금 구조로 성장을 추구하거나 중소·자영업자의 등을 후려치는 재벌기업의 구조를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 즉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 체질을 바꾸지 않고 먹는 약은 임시처방이며 약발도

별로 없다. 

 

이런 점에서 재계의 집요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요구는 심히 유감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이

아니라 아랫돌을 튼튼히 쌓고 윗돌을 올리는 리스트럭처를 해야 한다. 하청기업, 중소기업에 대한

저임금 정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재벌기업은 30대재벌의 사내유보금 883조원(‘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운동본부’가 지난해 4월 주장)이 웅변하듯이 결국 한국경제의 양극화 문제를 더욱 극단화시킬

뿐이다. 이러한 극단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주요한 방편이 최저임금인상이며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그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차등화라는 재계의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소득주도성장의 기조를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재벌중심의 한국경제 체질을 그나마 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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