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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규항『혁명노트』
기사입력: 2021/02/12 [14:19] ⓒ 성남피플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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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노트 표지     © 성남피플


"노동이 진정 존중받기 위해서는"

김규항, 혁명노트

 

 

김규항의 혁명노트계급이란 단어로 시작한다.

이른바 좌파 논객에 속하는 김규항은 이 책에서 이 사회의 기이한 현상과 전도된 주장을 소개하며 신기루가 피어오르는 자본주의 사막지대로 우리를 이끌고 들어간다. 그리고 우리는 사막의 신기루가 걷힌 인간의 길을 찾아낼 수 있다. 바로 혁명이다.

 

혁명노트는 우선 자본에 포획된 노동, 계급사회로서 자본주의에서 노동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다. “극단적인 저임금 노동이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라는 외침은 ... 자본가에게 싼 가격(저임금 노동)의 상품을 가격보다 비싸게 사라. 싼 가격의 상품을 비싼 가격의 상품처럼 취급하라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는 노동이 상품이 아닌 사회라는 의미, 즉 자본주의 극복의 의미일 때만 성립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존중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립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외친 문재인 정부가 자본 극복을 염두에 두고 이런 언사를 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방으로 난타당하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존중시늉이나 했는지 의문이 든다. 취임 첫 해에 반짝 올렸던 최저임금 말고는 기억나는 일이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기업을 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통과나 위험의 외주화 중단에 대해서도 위험 업무를 몇 개 업종만으로 축소해 제2, 3의 김용균이 줄을 잇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게 노동존중까지는 아니더라고 노동 보호만이라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것인가?

 

작가의 이러한 말 성찬에 대한 비판은 한국 사회의 상식‘ ’공정이라는 바른 말 유행에 대한 비판으로 향한다.

피시(Political Correctness의 줄임말), 정치적 공정함은 정체성을 기반으로 혐오와 차별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회운동으로, 미국에서 1980년대 이후 본격화 했다. , 현실에서 실제 행동과 책임을 바른 말로 때우는 위선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도구화한 피시는 정체성을 넘어 육식, 생태, 기후, 양극화 등 거의 모든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그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 자본주의에 있다는 식으로까지 절대 나아가지 않을 뿐이다. 기득권 세력과 지배계급이 공정함을 차지할수록 기회는 더욱 곤란해진다.“면서,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입으론 평등과 정의를 외치면서 최상의 기득권을 누리는 위선적 진보의 상징으로 지목되었으며 그것은 버니 샌더스의 뜻밖의 선전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공정사회, 정의로운 사회가 화두다.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는 목소리 높여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조국 사태와 집값 올리는 부동산 정책, 줄지 않는 산업재해를 목도하면서 평등, 공정과 정의가 어디에 있는지 되묻게 된다. ‘입 진보라는 말이 있다. 현 정부의 공정’ ‘상식이란 구호는 바른 말 때우기일 뿐이다.

 

 작가는 혁명과 개혁에 대해 논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혁명에 대한 회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회의가 병존하면서 북유럽 국가가 많이 부각된다, “북유럽이 휼륭한 복지시스템을 갖춘 것은 몇몇 빼어난 인물이나 사회의 성숙, 평화적 합의가 아니라, 북유럽 복지사회는 자본주의 극복을 지향하는 강력한 혁명적 노동운동과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노동운동에 참여하는 노동자들과 그에 위협을 느낀 지배계급의 타협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이어 그러나 개혁의 성과란 다름 아닌 지배계급의 일부를 헐어낸 것이며혁명의 기색이 사라진 사회엔 개혁도 없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려운 게 아니라, 개혁으로서의 개혁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계급 타협은 자본가계급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 복지사회를 위해 소득에 비례해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며, 기부나 자선과 같은 방식이 아닌 법으로 내게 한 게 계급 타협의 핵심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역사상 스스로 자신의 것을 양보하는 자본가계급은 없다는 점이다. 최근 자산재분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자산재분배는 당연히 정책적으로 실현되어야 하지만, 핵심은 민중의 투쟁 없이 결코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투쟁이 없이는 계급 타협과 최소한의 개혁조차 이끌어 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산재분배, 이제 투쟁을 시작할 때다.

 

혁명노트는 문득문득 우리가 이 사회에서 이대로 사는 것이 괜찮은가 묻는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내는 일이 꽤 고단하지만 적어도 이전 사회보다는 낫다고 확신한다. 꼭 그렇진 않다. 13세기 영국을 기준으로, 농노는 주 31시간 노동했다. 그들은 농한기 몇 달은 노동하지 않았고 종교 행사와 축제에도 참여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오늘 노동자의 삶에서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란 게 없었다.”

 

혁명노트는 칼 마르크스를 시원으로 했던 계급, 상품, 노동력, 착취, 물신성, 이상주의, 혁명, 역사의 주인 등의 개념들이 과거 8~90년대에 유행했던 옛 추억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한마디로 자본주의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가 되묻고 있다. 작가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완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사멸만이 인간성의 회복임을 119개의 개념 노트를 통해 우리에게 날카롭게 질문하고 있다.

 

누군가 새로운 사회가 정말 가능한가 물을 때, 투쟁하는 자유인은 먼저 묻는다. ‘내 안에 새로운 사회가 있는가’?”

 

이제 우리가 그 질문에 답할 때이다.

 

혁명노트, 김규항, 알마,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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