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연구원
국내 처음으로 노사 모두의 의견 수렴해 중대재해처벌법 효과 분석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중대재해처벌법 효과성 연구”(연구진: 이승우·박현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연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만 3년을 맞아, 애초 취지에 따라 작동하고 있는지, 즉 효과성을 확인하려 진행되었다. 효과성 분석은 기업 내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조직이 변화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노사 양측 안전보건 실무자의 의견을 수렴해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를 정성적·정량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자율 규제 안전 패러다임으로서의 중대재해처벌법
효과성 분석에 앞서 보고서 2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영국 기업과실치사 처벌법의 도입 과정을 비교해 봄으로써 중대재해처벌법의 사회적 의미를 짚어보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공백을 보완하고자 제정되었는데, 입법과정에서 기업과실치사 처벌법을 벤치마킹하게 되면서, 영국 안전보건 법령의 핵심 기조인 ‘자율 규제’ 안전 패러다임이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에도 반영되었다. 사업장 고유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해 경영자가 자율적으로 구축하고 이행해야 하는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그에 해당한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자기 규율’로도 표현하는 자율 규제 패러다임에서는 경영자의 주도적 역할 외에도 노동조합 참여를 법적으로 담보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렇지 못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효과성 연구보고서 표지© 성남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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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의 특성을 반영해 효과성 분석틀 설계
중대재해처벌법의 특성을 감안해 경영진 안전 리더십, 안전보건 담당 인력 및 예산,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 안전보건 교육, 노동조합 참여 수준, 현장 업무 여건(노동 강도 등), 원하청 간 안전보건 관리 방식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정성적·정량적으로 평가하였다.
심층 사례 분석 결과, 경영진 안전 인식 달라지면서 조직 전반에 변화 가속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부문 등에서 선정된 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정성적 평가 결과(보고서 3장), 경영자들의 안전보건 인식이 크게 달라지면서 인력, 예산 등 조직 자원을 안전보건 영역에 집중 배정하고 있었다. 즉 안전보건 부서 보강 및 권한 강화, 예산 증액, 안전보건 교육 심화, 작업 환경 개량, 원하청 간 관리체계 개선, 노동조합 의견 반영 등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일터 전체의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크게 개선되었다. 하지만 중대재해의 배후요인이라 할 수 있는 노동 강도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또한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개선을 위한 기획 과정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모습은 포착하기 힘들었다. 이는 예전부터 노동조합의 안전 참여 수준이 높았던 사업장들에서도 그러했다.
정량적 분석 결과, 사측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좀더 높게 평가
다양한 산업군의 안전보건 실무자(노측 160명, 사측 205명)를 대상으로 정량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보고서 4장), 중처법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개선에 기여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노측 43.7%, 사측 44.4%였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노측 12.5%, 사측 16.6%에 불과했다. 또한 중처법 시행 전과 비교해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충실히 작동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노측 36.3%, 사측 42.5%였다. 마찬가지로 부정적 응답은 노측 16.1%, 사측 16.9% 정도였다. 전반적으로 노사 모두에서 중처법의 효과성을 인정하는 응답이 월등히 높고, 부정하는 의견은 20%에도 훨씬 미치지 않았다.